독일, 美 비자 장벽에 인도 인재 유치 총공세…“직업 안정·예측 가능한 이민정책 내세워”

| 연합뉴스

독일 정부가 미국 H-1B 전문직 취업비자 수수료 인상에 따라 미국행을 주저하는 인도 고급 인재들을 향해 독일로의 이주를 제안하고 나섰다. 독일은 예측 가능한 이민 정책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취업 환경을 내세워,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경쟁 구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9월 19일 H-1B 비자 관련 수수료를 기존 1천 달러에서 최대 10만 달러로 100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 비자는 미국 내에서 필요한 고급 기술 인력을 해외에서 수급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로, 그동안 인도 출신의 IT 전문가들이 가장 큰 수혜를 받아왔다. 하지만 수수료가 과도하게 늘면서 인도 전문직 종사자들의 미국 취업 문턱은 사실상 크게 높아졌다.

이에 대해 필립 아커만 인도 주재 독일 대사는 최근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독일의 이민 정책은 신뢰할 수 있고 변화가 예측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도 고급 인력을 독일로 초청했다. 그는 독일 내에서는 규제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생활과 높은 수준의 직업 기회를 찾는 데 독일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아커만 대사는 독일의 인구 고령화 문제를 언급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수만 명의 이민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인재 유치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그는 독일에서 근무 중인 인도인들이 평균적으로 독일인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히며, 그만큼 인도 인재가 독일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독일은 이미 인도인 유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유학지로 자리잡았다. 독일고등교육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 기준 독일 내 외국인 유학생 중 약 13%가 인도 출신이었다. 또, 인도 주재 독일 대사관 집계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 영구 거주 중인 인도인은 약 28만 명에 달한다.

이번 미국의 조치는 단순히 수수료 인상에 그치지 않고, 자국민 중심의 고용 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전통적 경쟁국인 독일과 영국 등은 인재 유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국도 자국 전문직 비자의 수수료 전면 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글로벌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한 정책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숙련 인력의 국가 간 이동 경로를 재편하고, 각국의 이민 및 노동시장 정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인도와 같은 인력 공급국은 물론, 수요국인 독일과 영국 등의 전략적 행보 역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