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라크로 들어가는 달러화 현금 공급을 다시 막으면서, 중동 안보 갈등이 이라크의 자금 흐름과 대미 관계 전반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최근 이라크로 항공 수송될 예정이던 5억달러, 우리 돈 약 7천400억원 규모의 달러화 현금 운송을 불허했다. 이 돈은 이라크 중앙은행이 뉴욕 연방준비은행 계좌에 보관하고 있던 석유 판매 수익금을 현금 형태로 찾아오려던 것이다. 이라크는 산유국이지만 경제 전반에서 여전히 현금 사용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미국 내 계좌에 쌓인 달러를 실물 화폐로 들여오는 절차가 금융 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작동해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금융 관리 차원을 넘어 사실상 정치·안보 압박 수단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미·이란 전쟁이 지난 2월 말 시작된 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이 미국 외교 공관을 잇달아 공격했는데도, 이라크 정부가 이를 억제하거나 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무장세력의 공격이 멈추고 이라크 정부가 실질적인 대응에 나설 때까지 달러 현금 수송뿐 아니라 기존에 제공해온 대테러 및 군사 훈련 프로그램 지원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이라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달러 공급을 지렛대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도 달러화 현금이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수송을 중단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달러 유통 통제를 압박 카드로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라크 금융망에 대한 영향력을 외교·안보 정책과 결합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특히 이라크는 해마다 약 130억달러, 약 19조원 규모의 석유 판매 대금을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실물 화폐로 들여와 왔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길어질 경우 시장 유동성이나 현금 결제 관행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토미 피곳 미국 국무부 수석 대변인은 WSJ에, 이라크 정부와 연계된 일부 세력이 무장세력에 정치·재정·작전 지원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이라크 정부가 미국에 대한 공격을 막지 못하는 것은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라크 정부가 자국 내 이란 연계 무장세력을 해체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즉각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미국이 금융 제재와 군사 협력 축소를 함께 묶어 이라크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동시에 이라크 내부의 안보 불안이 통화 유통과 경제 안정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