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잇달아 인플레이션 경고에 나섰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긴축 가능성, 중국 경제의 구조적 부실 우려 등이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연간 상승률은 6.0%를 기록해 전월 4.3%와 시장 예상치 4.9%를 모두 상회했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월간 상승률 역시 1.4%로 전월 0.7%와 예상치 0.5%를 크게 웃돌았다. 근원 PPI도 연간 5.2%, 월간 1.0% 상승하며 각각 전월과 예상치를 모두 상회했다.
이번 생산자물가 급등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핵심 배경으로 지목됐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8% 상승했고, 이에 따라 운송·창고 부문 가격도 5.0% 올랐다. 미국 노동부는 상품가격 상승분의 약 4분의 3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이 생산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는 이번 결과가 연준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블룸버그는 최근 연준 인사들이 강조해온 ‘인플레이션 억제 우선’ 기조를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매파적으로 이어졌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고용은 일부 개선됐지만 인플레이션은 크게 악화됐다며 물가 억제가 연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역시 물가 압력이 계속 확대될 경우 금리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해당 시나리오가 자신의 기본 전망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외교 측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주요 기업인들과 함께 중국을 국빈 방문했으며, 양국 무역관계를 최우선 의제로 다룰 전망이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중국 시장 개방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양국 정상회담은 14~15일 열린다.
일부 언론은 양국이 각각 300억달러 규모의 비전략 품목 관세 인하를 위한 ‘무역위원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 측에 이란 문제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만 문제도 회담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외신들은 회담 성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경제력과 협상력이 트럼프 1기 당시보다 크게 강화됐고, 미국의 대외 신뢰도 약화와 다극화 심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보복 조치를 취한 유일한 국가라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미국의 중동전쟁 개입과 베네수엘라 공습 등이 글로벌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 성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내 정책 변화도 이어졌다. 미국 상원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 인준안을 찬성 54대 반대 45로 통과시켰다. 워시 지명자는 이번 주 공식 취임할 전망이며,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적절한 통화정책 운용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JD 밴스 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한 명확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 증시와 달러 강세 전망을 유지했다. 모건스탠리는 S&P500 지수가 연말 83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기업이익 개선을 근거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양호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이유로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에서는 ECB 인사들의 추가 긴축 가능성 발언이 이어졌다. 요아힘 나겔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환경이 바뀌지 않을 경우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경제지표들이 유로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영란은행(BOE)의 캐서린 맨 위원은 추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 포지션 청산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르고 금융긴축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에서는 대출 증가세가 경제 회복 기대를 키웠다. 일본의 4월 은행 대출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5.4% 증가해 2021년 3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시장은 견조한 경기와 부동산 수요 확대가 대출 증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으며,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도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공식 부실대출 비율은 1.5%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약 10%에 달할 수 있으며, 약 3조달러 규모 대출이 연체로 분류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금융안정을 이유로 부실기업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정책 때문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구조가 비생산적 기업으로의 자금 쏠림과 생산성 저하, 은행 수익성 악화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중국 GDP 성장률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실제 부실대출 비율이 20%에 육박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도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졌다. 미국 S&P500 지수는 빅테크 강세 영향으로 0.58% 상승했고, 유럽 스톡스600지수는 일부 기업들의 실적 전망 상향에 힘입어 0.79% 올랐다. 일본 닛케이225는 0.84%, 코스피는 2.63%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하며 4.47%로 1bp 상승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도 2.59%로 3bp 상승했다. 반면 독일 10년물 금리는 저가매수 유입 영향으로 3.10%에서 보합권에 머물렀다.
환율시장에서는 달러인덱스가 98.48로 0.18% 상승했다. 이는 생산자물가 급등으로 연준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유로화 가치는 1.1711달러로 0.24% 하락했고, 엔화도 달러당 157.86엔으로 0.15% 약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1개월물 NDF 종가는 1488.9원을 기록했으며 스왑포인트를 감안한 환율은 1489.9원이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5.63달러로 1.99% 하락했고, 금 가격은 4688.8달러로 0.56% 내렸다. 시장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는 17.87로 0.67% 하락했으며, 한국 CDS 프리미엄은 24bp로 보합권을 나타냈다.
외신들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위험도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이 에너지 가격 급등과 슈퍼코어 CPI 상승 속에서 인플레이션 통제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임금상승률을 웃돌았다는 점을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가 사라지고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현재는 고용시장과 AI 중심 증시 모멘텀이 버티고 있지만 공급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불균형이 지정학·지경학 리스크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로이터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달러 강세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금융권이 고유가 장기화와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EU와 중국이 무역불균형 심화 속에 무역전쟁 국면으로 향할 수 있다고 분석했고, 블룸버그는 중국 제조업 중심지가 에너지 충격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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