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31일 국제 유가가 일제히 올랐다. 이란이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번진 결과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12달러로 전장보다 1.2%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도 배럴당 84.67달러로 1.3% 올랐다. 국제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항로 통제가 발생하면, 실제 공급량이 당장 줄지 않더라도 시장은 먼저 위험 프리미엄(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추가 가격)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미군의 공중 호위를 받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이들 선박이 위험하고 불법적인 경로로 해협 통과를 시도하다가 타격을 받고 멈춰 섰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의 다른 유조선 4척은 곧바로 항로를 바꿔 원래 위치로 되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조선들이 우회하거나 대기 상태에 들어가면 선적 일정이 꼬이고 운송 비용이 높아져, 원유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에너지 업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회성 충돌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셰브런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 원유 공급에 대한 위협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엑손모빌의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도 해협이 다시 안정적으로 열리고 중동 생산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는 해결 국면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이 현재의 유가 수준보다도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고유가 전망도 조금씩 강화되고 있다. 로이터가 전문가 31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평균 85.22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6월 전망치인 84.50달러보다 높아진 수치다. 원유 시장은 수급 자체뿐 아니라 전쟁, 해상 운송, 보험료, 선박 운항 차질 같은 변수에 크게 흔들린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의 상방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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