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업체들, 미국향 선적 일부 보류했다

| 류하진 기자

중국 일부 희토류 공급업체가 수출허가를 받고도 미국향 선적을 미루거나 거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24일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희토류 공급망이 미·중 협상의 변수로 다시 떠올랐다.

로이터(Reuters)는 4일 중국 일부 공급업체가 베이징의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 기업으로 보내는 희토류 선적을 중단하거나 지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당국은 지난 1년간 부산과 베이징에서 이뤄진 합의를 근거로 중국에 희토류 수출허가의 원활한 흐름을 요구해 왔다.

이번 문제의 출발점은 8월 5일 중국 상무부 조치다. 중국 상무부는 책임비즈니스연합(RBA)을 포함한 미국 6개 단체와 기업을 반제 명단에 올리고, 중국 내 조직과 개인이 이들과 거래하거나 협력하는 것을 금지했다.

책임비즈니스연합은 글로벌 공급망의 노동·환경·윤리 기준을 다루는 단체다. 산하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책임광물 이니셔티브(RMI)는 광물 공급망 실사 기준과 감사 체계를 운영한다. 로이터는 일부 업체가 이 기준을 따를 경우 중국 당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선적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핵심은 공식적인 전면 금지가 아니라 ‘허가가 있어도 보내지 않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전체적으로 몇 개 업체가 미국향 선적을 거부했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다만 일부 업체는 8월 초부터 미국 기업에 희토류를 보내지 않았고, 다른 업체들도 최근 몇 달간 지정 금지 대상에게 재판매될 가능성을 이유로 선적을 피했다고 전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터빈, 방산 장비, 항공우주, 반도체 관련 부품에 쓰이는 핵심 원료다. 원소 자체의 매장량보다 분리·정제·금속화·합금·영구자석 제조까지 이어지는 공정 장악력이 공급망의 병목으로 작용한다. 본지는 앞서 희토류 정제 공정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고 미국의 자립이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월 보고서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집중과 수출통제가 경제안보 문제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IEA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완전히 시행될 경우 중국 밖 연간 후방 생산 6조5000억 달러(약 8820조5000억원)가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미 발생한 손실이 아니라 완전 시행 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생산 규모다.

희토류 공급망은 광산 개발만으로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통상 원광 확보 뒤에도 분리·정제 설비, 환경 규제 대응, 자석 제조 기술, 장기 구매계약이 맞물려야 제조업 투입재로 이어진다. 이번 사안은 광산 확보보다 정제·가공·자석 제조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통제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도 공급 위축 가능성에 반응했다.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는 스톡트윗츠(Stocktwits) 자료를 인용해 유에스에이 레어어스(USA Rare Earth·$USAR), 엠피머티리얼즈(MP Materials·$MP), 크리티컬메탈스(Critical Metals·$CRML)가 장전 거래에서 각각 상승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움직임은 개별 종목의 단기 가격 반응일 뿐, 희토류 공급 차질 규모를 확인해 주는 지표는 아니다.

리바 구전(Reva Goujon) 로디엄그룹(Rhodium Group) 지정학 전략가는 로이터에 “공급망 병목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베이징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 핵심 원자재 통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공급 차질 우려와 외교적 완화 기대가 동시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중국 외교부는 별도 입장에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 유지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측은 희토류 허가 흐름을 문제 삼고 있고, 중국 측은 공식적으로 공급망 안정을 강조하는 구도다.

유럽상공회의소도 이행 단계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이 기구는 로이터에 절차가 일부 단순화됐더라도 회원사들이 여전히 집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신청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희토류 문제가 외교 의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조달 리스크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미 중국 밖 희토류 공급망을 넓히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본지는 앞서 미국이 브라질 세라베르데 희토류 광산을 축으로 공급 구조를 짰다고 보도했다. 중국 일부 업체의 선적 보류가 장기화될 경우 전기차·전자·방산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 기업에도 간접 영향권이 있다. 희토류 자석과 관련 소재는 전기차, 전자부품, 방산, 항공우주 공급망에 폭넓게 쓰인다. 다만 이번 선적 보류가 한국 기업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음 관전점은 9월 24일 예정된 시진핑 주석의 워싱턴 방문이다. 희토류 수출허가 흐름과 RBA 제재 집행 방식이 정상회담 전후로 어떻게 조정되는지가 공급망 불확실성의 단기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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