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6일(현지시간) 동부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창당 이래 최고 성적을 냈다. 이 승리를 이끈 인물은 35세의 울리히 지크문트(Ulrich Siegmund) AfD 의회 그룹 공동 지도자다. 나치 독일 패망 이후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독일 주 정부를 이끌 가능성이 열렸다.
AP통신은 AfD가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고 전했다. 다만 과반(50% 이상) 득표에는 못 미쳐 다른 정당과의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크문트는 1990년 10월 25일 독일 재통일 직후 태어나 분단의 트라우마를 직접 겪지 않은 세대다. 비즈니스 경영을 전공했고 한때 에어프레셔너(공기압축기) 판매원으로 일했다. 중도우파 기독교민주연합(CDU)에서 정치를 시작해 AfD로 옮겼고, 10년째 주의회 의원을 지내며 2022년부터 AfD 의회 그룹 공동 지도자를 맡아왔다.
◇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구호로 다진 세대교체 전략
이번 캠페인에서 지크문트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구호를 앞세웠다. 그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곳곳에 붙었고, 지지자들은 그와 셀카를 찍으려 캠프 앞에 줄을 섰다. 동독 시절 생산된 오토바이 짐존(Simson)을 타고 선거일 유세장에 나타나는 등 동독 향수를 자극하는 전술도 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비판하며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늘린 이력도 그의 젊은 층 지지 기반이 됐다.
◇ 온건한 이미지 뒤에 남은 논란
2023년 지크문트는 포츠담에서 열린 한 모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극우 '정체성 운동' 소속 인사가 이민자를 대거 추방하는 '재이주(remigration)' 구상을 제시했다. 모임 내용이 뒤늦게 알려지자 대규모 항의가 벌어졌고, 지크문트는 주의회 사회부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당시 참석이 곧 지지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가 활용한 짐존 오토바이 캠페인도 역사적 논란을 남겼다. 짐존 창업 가문은 유대인 혈통으로, 1930년대 나치에 재산을 몰수당하고 미국으로 도피한 이력이 있다. 동독 향수를 소환하는 마케팅이 이 역사와 충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센안할트주 AfD는 독일 정보당국으로부터 '증명된 극우 극단주의 집단'으로 분류돼 있고, 지크문트도 이 조직의 일원이다. 독일에서 정보당국이 정당·단체를 이렇게 분류하면 감시 대상에 오르는 등 제도적 의미가 따른다.
◇ "친근하지만 온건하지 않다"는 전문가 평가
볼프강 머클(Wolfgang Merkel) 베를린사회과학센터 정치학 교수는 AP통신에 "그는 친근하고 항상 미소 짓는 인상을 준다. 다른 AfD 지도자들처럼 무례하거나 도발적이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그가 온건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온건하지 않다"고 말했다. 온건한 이미지 관리와 실제 정책 노선은 별개라는 지적이다.
머클 교수는 "그가 실제로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캠프에서의 대중적 인기와 행정 수반으로서의 능력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뜻이다.
현직 스벤 슐체(Sven Schulze) 작센안할트주 주지사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크문트 개인이 극우 극단주의자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AP통신에 "그의 주변에는 매우 극단적인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AfD는 극우 극단주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크문트는 "여기서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작센안할트의 모든 정직한 시민이 AfD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남은 과제는 연정 협상
협상 상대로 거론되는 기존 정당들은 그동안 극우 정당을 배제하는 '방역선(cordon sanitaire)' 전략을 유지해왔다.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이 표현은 급진 정당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다른 정당들이 연정 협상에서 배제하는 정치적 관행을 가리킨다.
독일 동부에서 극우 정당이 창당 이래 최고 득표를 기록한 이번 결과는 유럽 곳곳에서 극우 정당의 득표력이 커지는 흐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다른 유럽 국가의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가늠하기 이르다.
선거는 끝났지만 정부 구성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과반을 채우지 못한 AfD는 다른 정당과의 연정 협상에 나서야 하며, 방역선 전략을 지켜온 기존 정당들의 대응이 이 협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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