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들이 미·중 무역 협상 기대감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들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이번 움직임은 런던에서 진행 중인 양국 무역 실무자 간 회의를 계기로 시장에 긍정적 기대가 퍼진 데 따른 것이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BC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희토류 공급과 미국산 반도체 접근성 확대라고 밝혔다. 그는 "짧지만 강한 악수로 끝나는 회담이 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최근 전화 통화를 통해 협상 여지를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엔비디아(NVDA)는 0.8% 상승했고, AMD(AMD)와 인텔(INTC)은 각각 3.5%, 2.8% 올랐다. 반도체 전반의 흐름을 나타내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도 2% 넘게 뛰었다. 투자자들은 미·중 갈등 장기화 속에서도 일부 반도체 품목에 대한 교역 정상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다만 모든 규제가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 해셋 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I용 H20 칩에 대해서는 수출 금지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제품은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 내 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 현재 런던 테크 위크에 참석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당시 수출 제한 조치를 공개적으로 '실패'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중 양측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과연 실질적인 무역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번 접촉을 기술주를 둘러싼 긴장 완화의 실마리로 받아들이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들, 특히 AI 칩을 주도하는 기업들에게는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