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증시는 중동 전쟁 변수에도 불구하고 기업 실적과 전쟁 이후 재편 기대를 앞세워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장중 6,500선을 넘어섰고, 코스닥도 2000년 8월 4일 이후 약 25년 8개월 만에 종가 1,200선을 회복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시 위험자산 선호 쪽으로 기울었다.
26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4일 전주보다 283.71포인트, 4.58% 오른 6,475.63에 거래를 마쳤다. 주중 한때는 6,557.76까지 오르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는 등 중동 불확실성이 이어졌지만, 시장은 이를 장기 충격보다 협상 국면으로 넘어가기 전의 압박 수단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미국과 이란이 결국 추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살아 있었고, 그동안 지정학적 긴장에 과도하게 쏠렸던 투자 시선도 다시 기업의 실적과 산업 경쟁력 같은 기본 여건으로 옮겨갔다.
업종별로는 전쟁 이후 복구 수요와 에너지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원전, 풍력, 태양광, 이차전지, 전력기기, 방산 같은 종목군이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 업종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55% 증가한 57조2천억원이라고 발표했고, SK하이닉스도 23일 1분기 영업수익이 전년보다 405.5% 늘어난 37조6천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런 실적 개선은 인공지능 수요 확대와 메모리 업황 회복 기대를 다시 확인해 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두 종목은 23일 장중 각각 22만9천500원, 126만7천원까지 오르며 올해 고점을 새로 썼다.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한 뒤 24일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 자금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코스닥으로 이동했다. 코스닥은 24일 2.51% 오른 1,203.84에 마감했다. 소부장주(소재·부품·장비 기업)와 바이오주가 크게 올랐고, 외국인이 코스닥 시장에서 약 8천억원을 순매수한 점도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반면 지난주 전체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1조3천160억원, 5천967억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조8천3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 이수페타시스, 효성중공업, 삼성전자우, 현대로템 등에는 매수세를 보였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HD현대중공업, LG이노텍 등에서는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수가 높아진 구간에서 업종과 종목을 가려 대응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뜻이다.
이번 주 시장의 핵심 변수는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협상 관련 움직임, 28∼29일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그리고 미국 대형 기술기업과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다. 미국 뉴욕증시도 지난 24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16% 내렸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80%, 1.63% 올라 기술주 중심의 강세를 보였다. 인텔이 1분기 호실적과 인공지능 관련 중앙처리장치 수요 증가 전망에 23.60% 급등한 점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최근 유가 상승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제롬 파월 의장이 이를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8.5배로 과거 평균인 10배를 밑돌지만, 후행 주가순자산비율은 1.99배로 높은 수준이어서 단순히 싸거나 비싸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구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전력기기·원전·방산처럼 실적으로 확인된 주도주 중심의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중동 협상 결과와 주요국 통화정책 신호에 따라 변동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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