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 증시는 4일 반도체 대형주의 강한 상승세를 발판으로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며 기록 경신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8.12포인트, 5.12% 오른 6,936.9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처음 6,900선을 넘어선 것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15일 6,000선을 회복한 뒤 상승 흐름을 이어왔는데, 이번에는 7,000선 진입을 눈앞에 둘 정도로 속도가 붙었다. 시장에서는 최근 인공지능 수요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 즉 HBM(인공지능 연산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 기대감이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를 밀어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가 5.44%, SK하이닉스가 12.52%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주가가 이른바 ‘140만닉스’ 수준에 올라서며 사상 처음 시가총액 1천조원을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상장회사의 전체 가치로, 주가에 발행주식 수를 곱해 계산하는데, 이 수치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업종이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대형 반도체주의 급등은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컸다.
대만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만 가권지수는 전장보다 4.57% 오른 40,705.14에 마감해 종가 기준 처음으로 40,000선을 돌파했다. 상승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즉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있었다. TSMC 주가는 이날 6.56% 올랐고, 난야 테크놀로지 등 다른 반도체 관련 종목도 함께 강세를 나타냈다. 가권지수에서 TSMC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약 45%에 이르는 만큼, 이 회사의 주가 움직임은 대만 증시 전체 방향을 사실상 좌우하는 구조다. 이날 일본과 중국 본토 증시가 휴장한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 시장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중심 랠리가 더욱 두드러진 셈이다.
한편 에너지 시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시간으로 4일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의 안전한 이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국제 유가는 큰 폭으로 내리지는 않았다. 한국시간 4일 오후 3시 40분 기준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0.36% 내린 배럴당 107.78달러, 뉴욕상품거래소의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는 0.44% 내린 배럴당 101.49달러를 나타냈다. 장중 한때 각각 105.55달러와 99.11달러까지 밀렸지만 낙폭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으로, 위험자산 선호와 원자재 불안이 동시에 시장에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날 아시아 금융시장은 반도체가 증시를 끌어올리고, 중동 변수는 유가를 떠받치는 이중 구조를 드러냈다. 앞으로도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가 이어지면 한국과 대만 증시는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유가와 지정학 변수, 그리고 단기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함께 남아 있어 상승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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