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26년 5월 11일 반도체주 급등에 힘입어 7,800선을 처음 넘어서는 사상 최고치로 마감하면서, 국내 증시는 이제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둔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24.24포인트(4.32%) 오른 7,822.2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7,775.31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더 키웠고, 오전 9시 29분 32초께에는 코스피200 선물 급변에 따라 5분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매수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이 급등할 때 프로그램 매수 호가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장치로, 시장 과열을 잠시 진정시키기 위한 안전판이다. 다만 코스닥지수는 0.38포인트(0.03%) 내린 1,207.34로 마감해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번 상승의 중심에는 역시 반도체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6.33%, SK하이닉스는 11.51% 오르며 지수를 강하게 끌어올렸다. 두 종목은 장중 각각 28만8천500원, 194만9천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특히 이달 들어 이미 큰 폭으로 오른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천669조1천125억원, SK하이닉스는 1천339조8천804억원으로 두 회사를 합치면 3천8조9천929억원에 이른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 6천410조8천802억원 가운데 두 회사 비중이 약 47%에 달해, 반도체 대표주의 상승이 곧 코스피 지수 급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삼성물산과 SK스퀘어 등 그룹 지주 성격의 종목까지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지수 상승폭을 더 키웠다.
시장 분위기를 밀어 올린 배경에는 업황 개선 기대와 미국 기술주 강세가 함께 작용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고,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대규모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계속 늘어나는 흐름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인텔이 애플 차세대 기기용 반도체 생산 계약을 따냈다는 소식에 13.96% 급등했고,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AMD,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기술주도 일제히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5.51% 상승한 점도 국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다시 상향 조정하며 실적 전망 개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다만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경계도 함께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4,000에서 5,000까지 약 3개월, 5,000에서 6,000까지 약 1개월, 6,000에서 7,000까지는 약 2개월여 만에 도달했다. 증시 대기 자금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8일 기준 35조9천500억원, 투자자 예탁금은 135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시장으로 자금이 빠르게 몰리는 상황은 추가 상승의 연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조정이 시작되면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도 된다. 실제로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65.50까지 올라 지난 3월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됐던 때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고, 시가총액 대비 국내총생산 비율로 과열 여부를 가늠하는 버핏 지수도 260.71%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단기 조정보다 상단을 어디까지 열어둘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제이피모건은 강세장 시나리오에서 코스피 10,000을 제시했고, 골드만삭스와 NH투자증권은 9,000, 씨티그룹은 8,500, 대신증권은 8,800을 각각 전망했다. 현대차증권은 연말 전망치를 9,750으로 올리면서 최대 12,000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에 대한 쏠림이 단기적으로는 순환매와 조정을 부를 수 있다고 보지만, 인공지능 투자 확대와 실적 개선이 계속 확인된다면 코스피의 기준점 자체가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실적, 미국 기술주 움직임, 지정학적 변수 완화 여부에 따라 속도 조절을 거치면서도 8,000선 안착과 그 이후 구간을 시험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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