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과 에너지 수급 차질 우려 속에서도 연일 최고치를 새로 쓰자, 월가에서는 상승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정보기술주 거품이 결국 큰 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최고투자전략가는 올해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전망치를 기존 7,700에서 8,250으로 올려 잡았다. 8일 종가 기준 S&P 500 지수가 7,398.93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10% 넘는 추가 상승 가능성을 본 셈이다. 야데니는 최근 몇 달 사이 미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상향 조정됐고, 그 결과 지금의 증시 강세가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니라 실적 개선에 기대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HSBC도 같은 흐름에서 올해 말 S&P 500 목표치를 7,500에서 7,650으로 높였다. 이 회사는 특히 미국 상장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예상보다 강하다고 판단했다. S&P 500 편입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 증가율이 20%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 인프라 관련 기업의 실적 기대를 끌어올리면서, 높은 주가를 일정 부분 정당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지금의 상승장이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과 닮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서브스택 글에서 나스닥100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43배까지 높아졌다고 주장하며, 현재 기업 이익 전망이 지나치게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월가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의 이익을 50% 이상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강세장이 당분간 더 이어지더라도 결국 더 낮은 가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시장의 역사라고 경고했다.
비슷한 문제의식은 다른 대형 투자자에게서도 나온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인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창립자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AI 붐에 힘입은 뉴욕증시 강세가 1~2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보면서도, 현재 분위기가 닷컴버블 정점 1년 전이었던 1999년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금 시장이 강한 실적과 미래 성장 기대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지만, 기대가 너무 앞서가면 작은 충격에도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결국 뉴욕증시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기업 실적이 고평가 논란을 계속 떠받칠 만큼 강하게 이어질 수 있느냐다. 당장은 AI 관련 투자와 이익 증가 기대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금리 수준과 지정학 변수, 실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변동성이 한꺼번에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기업들의 분기 실적과 AI 투자 성과가 확인되는 과정에서 낙관론과 비관론이 더 날카롭게 맞서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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