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2일 장중 8,000선 돌파 기대를 키웠다가 외국인 매도와 반도체주 차익 실현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79.09포인트(2.29%) 내린 7,643.15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7,953.41로 출발한 뒤 한때 7,999.67까지 올라 8,000선 바로 아래까지 접근했다. 미국 뉴욕증시가 간밤 일제히 상승하고, 퀄컴·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시게이트 등 미국 반도체 종목이 강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에도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것이다. 장 초반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도 각각 29만1,500원, 196만7,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하지만 상승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장중 반도체 대형주가 일제히 하락 전환하자 지수도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5조6,2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 가운데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5조2,193억원을 순매도하면서 낙폭이 빠르게 커졌다. 코스피는 한때 7,421.71까지 밀렸는데, 이날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가 577포인트를 넘었다.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장중 변동 폭이다. 이후 개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며 일부 낙폭을 줄였지만, 결국 하락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번 급락의 중심에는 최근 시장을 끌어올린 반도체주의 과열 부담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9일까지 29.5%, 에스케이하이닉스는 46.2% 급등했다. 주가가 짧은 기간에 너무 빠르게 오른 만큼, 투자자들이 수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지난달부터 반도체 업종의 단기 고점 우려가 잇따랐다. 비엔케이투자증권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낮추며 하반기 실적 둔화를 예상했고, 키움증권도 목표주가와 현재 주가 격차가 줄었다는 점을 들어 투자의견을 조정했다. 엘에스증권 역시 실적 개선 속도가 빠른 만큼 인건비와 성과급 같은 비용 이슈가 부각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대외 변수도 투자 심리를 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조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부각됐다. 여기에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둔 경계감,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4.4%대로 다시 올라선 부담도 시장에 압박을 줬다. 최근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미국 기술주가 급등하자 일부에서는 2000년 닷컴버블 직전과 비슷한 과열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증시가 흔들리면 반도체 비중이 큰 국내 증시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커진 상태다.
다만 증권가는 이날 하락을 곧바로 추세 전환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 9일까지 코스피가 5거래일 동안 18.5% 급등한 만큼, 단기 급등에 따른 매물 소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키움증권과 대신증권은 모두 실적 전망과 평가가치 측면에서 한국 증시의 기초 여건이 여전히 나쁘지 않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조정은 단기 과열을 식히는 과정인지, 아니면 변동성 확대의 출발점인지는 앞으로 외국인 수급, 반도체 실적 전망, 미국 물가와 금리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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