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가 추세적 하락 국면으로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3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83.78포인트(1.10%) 오른 7,726.93에 거래됐다. 지수는 장 초반 129.50포인트(1.69%) 내린 7,513.65로 출발한 뒤 한때 7,402.36까지 밀리며 7,400선을 위협받았지만, 개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 전환했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추가 반등은 제한되는 모습이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날 오전까지 순매도 규모는 2조6천843억원이다.
이번 매도는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주에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을 2조2천655억원어치 순매도하고 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국내 대형 반도체주가 단기간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고점 부담과 향후 실적 둔화 가능성을 함께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BNK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낮췄다. 여기에 미국의 물가 지표가 다시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술주 투자심리가 냉각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라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16%, 0.71% 하락했다. 특히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01% 급락해 국내 반도체주에도 직접적인 압박을 줬다.
국내 정책 변수와 환율 흐름도 외국인 심리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거론된다. 전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 인프라 확산의 과실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한 뒤, 외국인 투자자들도 관련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장중 1,490원대로 올라선 점도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손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국내 주식 투자에 더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다. 전날 코스피가 장중 7,999.67까지 올라 8,000선에 바짝 다가섰다가 외국인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급락했던 점도 이런 불안 심리를 키운 배경으로 해석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를 외국인의 본격적인 한국 증시 이탈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 상승률이 15.8%에 달할 정도로 단기 급등 폭이 컸던 만큼, 최근 매도는 추세 전환보다는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재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증시의 주도주인 반도체주가 단기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수급 충격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를 곧바로 추세 훼손으로 해석하는 접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급등에 따른 과열 부담과 상승 피로가 누적되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는 데다, 외국인통합계좌 제도 도입으로 국내 증시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외국인통합계좌는 해외 투자자가 한국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현지 증권사를 통해 국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삼성증권이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고 다른 증권사들도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접근성 확대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브로커리지 예탁 자산의 일부가 열리고 미국 가계의 해외 주식 자금 중 일정 비율이 한국으로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중기적으로 약 30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 유입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단기 매도 압력과 중기 자금 유입 기대가 함께 맞서는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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