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파업 우려에 눌려 있던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났고 주가도 21일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보다 8.51% 오른 29만9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부터 강세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키웠고, 장중 고가 수준에서 그대로 마감했다. 하루 전만 해도 총파업 가능성이 부각되며 주가가 장중 한때 4.36% 급락했지만, 전날 밤 노사가 총파업 예고 시점을 1시간가량 앞두고 잠정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넘게 이어진 노사 갈등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기대가 주가에 즉각 반영된 셈이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인데다,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걱정이 그동안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적 파급이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외국인 자금이 곧바로 유입됐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를 1조95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5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고, 개인은 1조7천6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대형 수급 주체인 외국인이 다시 사들였다는 점은 향후 주가 흐름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증권사들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삼성전자 평가가치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21일 목표주가를 55만원으로 상향했고, 미래에셋증권은 48만원, 한국투자증권은 57만원, 노무라증권은 59만원을 제시했다. 증권가가 근거로 드는 요인은 비슷하다. 노사 갈등 완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줄었고, 디램 가격 상승과 메모리 업황 개선이 이어지는 데다, 장기 계약 확대에 따른 실적 가시성이 높아지고 주주환원 강화 기대도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앞으로 얼마를 벌 수 있을지 예측이 더 쉬워졌고, 그만큼 시장이 높은 값을 매길 여지가 커졌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잠정 합의안에 포함된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방식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노사는 기존 오피아이(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디에스(DS·반도체 사업 부문)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고, 회사가 정한 조건에 따라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지급받은 주식 가운데 3분의 1은 곧바로 팔 수 있고,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과 2년 동안 매각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단기 매물이 나와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매물 부담이 주가 흐름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매도 물량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회사가 자사주 지급을 위해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구조는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결국 앞으로의 주가는 노사 합의 자체보다도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외국인 매수세가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노사 불확실성 해소와 반도체 업황 회복이 함께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주가의 재평가 국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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