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2026년 5월 코스피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자금을 빼낸 반면, 코스닥에는 역대 가장 큰 폭의 순매수를 기록하면서 국내 증시 안에서도 자금 이동의 방향이 뚜렷하게 갈렸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9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4조7천1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올해 3월의 35조7천477억원을 두 달 만에 넘어섰다. 외국인은 5월 7일부터 29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남아 있던 2009년 2월 10일부터 3월 4일까지의 17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가장 긴 흐름이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35조940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이번 매도세의 중심에는 반도체 대형주가 있었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101% 오를 만큼 상승 폭이 컸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상승률은 각각 164%, 258%에 달했다. 주가가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른 만큼 외국인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나 둔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도 일부 투자심리를 흔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국인의 5월 코스피 순매도 상위 1위와 2위는 에스케이하이닉스 20조7천160억원, 삼성전자 16조270억원으로 집계됐고, 두 종목의 순매도액을 합하면 코스피 전체 순매도액의 82%에 이른다.
반면 외국인 자금은 코스닥으로 눈에 띄게 이동했다. 5월 29일까지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액은 2조8천370억원으로, 2023년 7월의 2조7천923억원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새로 썼다. 시장에서는 이달 출시된 국민참여성장펀드의 영향에 주목한다. 이 펀드는 국민자금 6천억원과 재정 1천200억원을 바탕으로 모펀드를 만들고, 이를 다시 10개 자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다. 특히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사 같은 혁신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도록 설계돼 제약·바이오, 로봇, 우주 항공 등 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외국인이 코스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파두로 4천370억원 순매수했고, 뒤이어 에코프로비엠 1천550억원, 에이비엘바이오 1천250억원, 이오테크닉스 1천210억원 순이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흐름을 곧바로 장기 추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한 평가가 많다. 외국인 자금의 기본적인 투자 기반은 여전히 코스닥보다 코스피에 더 크게 놓여 있어, 이번 움직임은 본격적인 비중 축소나 확대라기보다 포트폴리오 재조정, 즉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동시에 반도체주는 올해 말 이후 주가 조정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상 반도체 업종 주가는 실적 전망치가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되기 전에 먼저 고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외국인 수급이 다시 코스피 대형주로 복귀할지, 아니면 정책 기대를 받는 코스닥 성장주로 더 확산할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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