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주 급락과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8일 국내 증시는 이틀째 급락했고, 코스피는 불과 며칠 전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7,400선대로 밀려나며 시장 충격을 키웠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76.18포인트(8.29%) 내린 7,484.41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은 91.05포인트(9.08%) 하락한 911.39로 장을 끝냈다. 코스피는 장 초반 7,442.73까지 떨어지며 낙폭이 8.80%에 이르렀다. 지난 2일 기록한 코스피 사상 최고치인 종가 8,801.49와 장중 고점 8,933.62와 비교하면 각각 14.96%, 16.69% 낮은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도 3거래일 만에 7천215조3천억원에서 6천132조4천억원으로 1천83조원 줄었다. 급락 충격이 커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오전 9시 3분 42초께 올해 세 번째이자 역대 아홉 번째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변 시 일시적으로 매매를 멈추는 장치)가 발동돼 20분간 거래가 중단됐고, 오후에는 코스닥시장에서도 올해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이번 하락의 출발점은 미국 반도체주 급락이었다. 지난 5일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6% 폭락했다. 브로드컴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5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17만2천명 늘어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은 인공지능 인프라 확대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런 투자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도체 수요 전망을 흔들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월 초 이후 지난주까지 61.05%나 오른 상태였던 만큼, 차익실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된 측면도 있었다.
아시아 증시 전반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지만 한국 증시의 하락 폭은 특히 컸다. 일본 닛케이255지수는 3.85%, 대만 가권지수는 3.48% 내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심천종합지수는 각각 1.70%, 3.14% 하락했다. 한국은 4월 초 이후 지난주까지 코스피가 60% 넘게 급등해 단기 과열 부담이 누적된 상황이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대형주에 매수세가 과도하게 집중됐던 점이 충격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 이탈도 부담을 더했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선 직후인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1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69조4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외화 유출 압력이 커진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우려까지 겹치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고, 이는 다시 외국인 매도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을 금융시스템 이상보다는 단기 조정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코스피 7,000선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예상 이익 대비 주가 수준) 6.71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점인 6.27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7,000∼7,500선에서 지지력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일과 11일 발표되는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향후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봤다. 물가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거나 그보다 낮게 나오면 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지만, 반대로 물가 압력이 다시 확인되면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까지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미국 물가와 금리 전망, 그리고 인공지능 투자 열기가 실제 기업 실적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향후 국내 증시의 반등 속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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