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확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이 최근 수년간 가장 주목받는 대형 데뷔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상장 전 기준 기업가치는 1조7700억달러, 원화로 약 2689조5150억원에 달한다.
스페이스X는 이번 공모에서 5억5560만주를 매각해 약 750억달러, 원화 약 113조9625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관사에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참여했다. 향후 며칠 안에 주관사들이 추가로 8333만주를 같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옵션도 보유하고 있어, 최대 112억달러, 원화 약 17조185억여원이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공모 이후에도 머스크는 클래스B 주식 52억2000만주를 통해 전체 의결권의 82.4%를 유지하게 된다. 통상 IPO에서는 수요를 가늠하기 위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먼저 제시하지만, 스페이스X는 사전 투자자 미팅을 폭넓게 진행한 뒤 가격을 정하는 다른 방식을 택했다. 그만큼 기관투자자 수요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구조로 해석된다.
스페이스X는 금요일 나스닥에서 ‘SPCX’ 티커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상장 직전 기준 시가총액은 미국 증시 전체에서 일곱 번째 수준으로, 2019년 12월 사우디아람코가 세운 역대 최대 IPO 기록도 넘어섰다. 당시 사우디아람코는 256억달러를 조달하며 1조71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평가대로라면 스페이스X는 머스크의 또 다른 핵심 기업인 테슬라($TSLA)의 시가총액 약 1조6000억달러도 넘어선다. 실제 상장 후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미지수지만, 시장에서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 모두 강한 매수 대기 수요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하이퍼리퀴드는 스페이스X 주식의 합성 익스포저를 제공하는 예측 시장에서 해당 주가를 167달러 수준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공모가 대비 약 20% 높은 수준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전형적인 ‘IPO 첫날 급등’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머스크는 지난 2월 챗봇 ‘그록’을 개발하는 인공지능 기업 xAI를 스페이스X와 합병한 바 있다. 당시 합병 법인의 가치는 1조2500억달러로 평가됐다. xAI는 그보다 앞서 소셜미디어 플랫폼 X와도 통합됐다. 테슬라 역시 스페이스X 지분 1899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공모가 기준 가치는 약 25억6000만달러, 원화로 약 3조8899억2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높은 몸값과 달리 스페이스X의 수익성은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IPO 서류에 따르면 현재 회사에서 이익을 내는 사업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사실상 유일하다. 스타링크는 전 세계 소비자 광대역 가입자 1030만명 이상을 확보하며 우주 인터넷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매출 측면에서도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우주 사업과 인공지능 부문은 올해 1분기 14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1억달러에 달했다. 또 회사는 2002년 설립 이후 누적 결손금이 413억달러에 이르며, 1분기 영업손실만도 19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간 차세대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 개발에 투입한 비용만 150억달러를 넘어섰다.
문제는 스타링크의 추가 확장 역시 결국 스타십의 성공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는 새 V3 위성을 발사해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지만, 이를 실어 나를 스타십은 아직 개발과 시험 비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까지는 실전 화물 대신 모의 탑재체만 우주로 보낸 상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적정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스페이스X의 IPO는 올해 예정된 초대형 상장 가운데 첫 사례로 꼽힌다. 뒤이어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과 오픈AI도 연내 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앤트로픽은 약 1주일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상장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고, 오픈AI도 이번 주 초 뒤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이후 시장의 다음 관심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장기적으로 두 회사를 합치는 방안을 주요 구상 가운데 하나로 두고 있으며, 양사 고위 직원들과 관련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스페이스X 상장은 ‘우주’, ‘AI’, 머스크라는 세 가지 강력한 서사를 한데 묶은 초대형 이벤트다. 다만 첫날 흥행 기대와 별개로, 실제 주가의 지속 가능성은 스타링크의 현금창출력과 스타십 개발 진척이 얼마나 빠르게 가시화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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