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6월 둘째 주 들어 반도체 상승에 베팅하는 고위험 상장지수펀드인 ‘속슬’을 대거 사들이면서, 최근 이어지던 순매도 흐름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서학 개미들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주식시장에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배 셰어즈 ETF’를 17억5천만달러, 원화로 약 2조6천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정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속슬’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매수 규모는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코루’의 약 9배에 이른다. 코루는 한국 주식시장 성과를 3배로 따라가는 상품이다. 속슬은 지난 3월에도 서학 개미 순매수 1위를 기록했지만, 6월 1일부터 5일까지는 되레 순매도를 보였다. 그러나 둘째 주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다시 강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는 엔비디아, TSMC, 마이크론, 인텔, AMD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포함돼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들어 있지 않다.
실제 반도체 관련 주가 흐름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 11일 하루에만 약 8% 오르며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기업 실적 개선 기대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 전망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보다 지수 전체 상승에 한꺼번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5월에 이어 6월 첫째 주 순매수 1위였던 마이크론은 둘째 주 순매수 규모가 3천500만달러로 줄어 9위로 밀렸다.
이 영향으로 6월 1일부터 12일까지의 누적 순매수 순위도 속슬이 12억9천만달러로 1위에 올랐다. 2위 마이크론은 2억9천만달러, 브로드컴은 1억2천만달러였다. 전체적으로도 서학 개미들은 8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증시에서 8억달러, 약 1조2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앞서 6월 1일부터 5일까지는 7억9천만달러 순매도를 기록하며 4월과 5월에 이어 매도 우위 흐름을 이어갔지만, 둘째 주 대규모 매수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6월 1일부터 12일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매수 153억9천만달러, 매도 153억8천만달러로 집계돼 1천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반도체 업종의 단기 반등 가능성을 다시 크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속슬처럼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상승 때 수익이 커지는 만큼 하락 때 손실도 빠르게 불어날 수 있어, 향후 미국 반도체 기업 실적과 금리,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에 따라 매수세의 지속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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