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인공지능 랠리와 스페이스엑스 기업공개 기대가 겹치면서, 미국 주가지수 선물 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거래하는 비용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이런 변화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 500) 지수 선물의 파이낸싱 스프레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싱 스프레드는 투자자가 선물 포지션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부담하는 자금 조달 비용을 뜻하는데, 최근 몇 주 사이 이 수치가 급등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2024년 말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쉽게 말해 주식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기 위한 ‘시장 안의 대출 이자’가 갑자기 비싸진 셈이다.
배경에는 먼저 인공지능 관련 종목 강세가 있다. 주가가 연일 오르면서 같은 규모의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는 데도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금 수요를 키웠다. 여기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이 겹쳤다. 레버리지 ETF는 현물을 직접 사들이기보다 선물과 스와프 같은 파생상품을 활용해 수익률 변동폭을 키우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 전반의 파생상품 자금 조달 수요를 빠르게 불린다. 특히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ETF로 개인투자자 자금이 몰리면서 이 같은 압력이 더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스페이스엑스의 750억달러, 원화로 약 114조원 규모 기업공개가 변수로 작용했다. 대형 기업공개를 앞두면 시장 참가자들은 청약과 거래에 대비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한정된 자금 여력을 놓고 수요가 몰리면 비용이 오르기 쉽다. 마렉스그룹의 파올로 토누치 최고전략책임자는 준비금 파이낸싱 여력이 제한돼 있어 시장이 스페이스엑스 기업공개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이피모건의 브램 캐플런 미주 주식 파생상품 전략 총괄도 연말 결산기를 제외하면 보기 드문 큰 움직임이라며, 주식 파이낸싱과 레버리지 수요가 기록적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비용 상승이 일정 부분 설명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같은 시기 미국 국채 시장의 자금 사정은 오히려 넉넉하다는 것이다. 4월 이후 머니마켓펀드(MMF·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초단기 자금 운용 수단)로 2천620억달러가 들어오면서 전체 잔액이 사상 최대인 7조8천9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현금성 자금이 넘치다 보니 국채를 담보로 하루짜리 자금을 빌리는 레포 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채권 시장은 돈이 남는데, 주식 파생상품 시장은 돈이 부족한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지만, 인공지능 투자 열기와 대형 상장 이벤트가 이어질 경우 당분간 주식 파생상품 쪽 자금 조달 압박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야누스헨더슨의 나타샤 시블리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말처럼 각각의 요인만 따로 있었다면 시장이 감당할 수 있었겠지만, 여러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비용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증시의 레버리지 투자 열기와 대형 기업공개 일정에 따라 더 확대되거나, 반대로 유동성 부담이 완화되면 빠르게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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