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키워온 금양이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제동을 걸기 위해 법원 판단을 구하면서, 거래 재개 가능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본격화됐다.
24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권성수 수석부장판사)는 금양이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진행했다. 이번 다툼의 출발점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다. 거래소는 지난 5월 20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외부감사인이 금양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낸 점을 근거로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감사의견 거절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치로, 상장 유지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사유로 받아들여진다.
금양은 법정에서 회계 재감사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해외 자본 유치와 부산 기장 공장 완공이 이뤄지면 약 1조원 규모의 자산 가치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고, 이런 여건이 반영되면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거래소가 이런 사정을 알고도 3개월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곧바로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아울러 지금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24만명에 이르는 주주들의 손실이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한국거래소는 금양의 정상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거래소는 이미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지만, 2025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재감사 계약 자체가 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감사 절차가 시작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정 의견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이 거래소 판단이다. 거래소는 당초 지난 5월 27일부터 정리매매(상장폐지 전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마지막으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금양이 상장폐지 결정 다음 날 곧바로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절차는 일단 멈춘 상태다.
금양은 1978년 설립돼 발포제와 정밀화학 제품을 생산해온 기업으로, 2020년대 들어 이차전지 분야로 사업을 넓히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3년 7월 26일에는 장중 주가가 19만4천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시가총액도 10조원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 회계 신뢰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는 성장 기대만으로 높아진 기업가치가 실제 재무 건전성과 연결되지 않을 경우 시장 평가가 얼마나 빠르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읽힌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금양이 재감사를 통해 회계 신뢰를 회복할 실질적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 기회를 추가로 보장할 필요가 있는지에 모아진다. 법원이 효력정지 필요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회계 투명성 문제가 불거진 상장사의 퇴출 기준과 투자자 보호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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