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6일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주가가 짧은 시간에 과도하게 흔들릴 때 투자자 충격을 완화하고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안전장치가 실제로 가동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26일 낮 12시 10분 12초부터 20분 동안 유가증권시장의 매매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코스피가 전일 종가보다 8% 이상 떨어진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서 발동 요건을 충족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전 종목 거래가 멈췄고, 주식 관련 선물·옵션 시장 거래도 함께 중단됐다. 서킷브레이커는 급락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매도에만 몰리며 시장 불안이 더 커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마련된 대표적인 변동성 완화 장치다.
발동 당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1.97포인트, 8.19% 떨어진 8,198.33을 기록했다. 그보다 앞선 오전 11시 12분 12초께에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도 먼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해 시장 충격을 줄이는 장치이고,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전체 거래를 멈추는 더 강한 조치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도 전장보다 44.19포인트, 4.98% 내린 843.62까지 밀렸다.
수급을 보면 개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7천6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1천115억원, 7천3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 대형주의 낙폭도 컸다. 삼성전자는 9.12%, 에스케이하이닉스는 9.43% 하락해 나란히 9%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들 종목의 하락은 지수 전체를 끌어내리는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 반도체 업종 쏠림과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함께 거론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와 최근 2거래일 동안 지수가 빠르게 반등한 데 따른 부담이 지수 하락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반등 과정에서 반도체주가 사실상 독주했던 만큼, 수익을 확정하려는 매물이 집중됐고 반도체 비중이 큰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 자금)까지 이탈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 자체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으며, 이날 급락의 핵심은 반도체 쏠림에 따른 수급 변동성 확대라는 진단도 내놨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대형주와 외국인 수급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크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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