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서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매수 방향을 빠르게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직후 스페이스X에 대거 몰렸던 자금이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진 반도체 업종으로 다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주인 6월 22일부터 2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정방향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속슬(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ares)이었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는 6억2천767만 달러, 우리 돈 약 9천6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마이크론이 3억125만 달러, 라운드힐 메모리 ETF가 2억849만 달러, 인텔이 1억3천406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상위 4개 종목이 모두 반도체와 직접 연결된 자산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정 업종에 강하게 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스페이스X 상장 직후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서학 개미들은 스페이스X가 6월 12일 상장한 뒤 나흘 동안 모두 19억4천96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하며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오히려 스페이스X 주식을 6천920만 달러어치 순매도했다. 상장 초기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주가가 한 차례 고점을 찍은 뒤 조정을 받자,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수익을 확정하려는 움직임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이스X 주가는 공모가 135달러를 크게 웃돌며 200달러를 넘기기도 했지만, 6월 25일에는 153달러까지 내려왔다.
반면 반도체주는 실적과 업황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특히 마이크론은 6월 23일 1천51.77달러였던 주가가 3분기(3∼5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5.7% 늘었다는 발표 이후 25일 1천213.56달러까지 뛰었다. 인공지능 확산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 투자자들의 매수세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고 있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까지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보유 규모를 봐도 반도체 쏠림은 분명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속슬 평가금액은 62억2천338만 달러, 약 9조5천578억원으로 10조원에 근접해 미국 주식 보유 순위 4위에 올랐다. 마이크론 평가금액도 59억3천549만 달러로 5위다. 반면 스페이스X 평가금액은 16억1천979만 달러, 약 2조4천876억원으로 줄어 24위에 자리했다. 한때 주가 상승 영향으로 6월 18일 19억1천486만 달러까지 불었던 평가금액이 다시 축소된 것이다. 4월과 5월 두 달 연속 미국 증시에서 순매도를 보였던 서학 개미들이 6월 들어서는 스페이스X와 반도체주 매수를 바탕으로 8억7천만 달러 순매수로 돌아선 점도 주목된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개별 종목의 화제성보다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업종,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수혜 기대가 큰 반도체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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