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산업의 수익성 논란과 반도체주 급락으로 크게 흔들린 국내 증시가 29일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전 거래일인 2026년 6월 26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519.09포인트, 5.81% 내린 8,411.21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1.31% 하락한 8,813.18로 출발한 뒤 한때 8,126.84까지 밀리며 9.00% 하락폭을 기록했다. 하락 속도가 워낙 가팔랐던 탓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고, 시장 거래가 20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급변할 때 과도한 공포 매매를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거래를 제한하는 장치다.
이번 급락의 중심에는 글로벌 인공지능 투자 기대가 한꺼번에 흔들린 점이 있다. 애플이 메모리 공급 부족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과 차세대 칩 로드맵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 증시에서는 대형 기술주 전반에 매도세가 번졌다. 시장은 특히 하이퍼스케일러, 즉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높아진 메모리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챗지피티 개발사 오픈에이아이가 기업공개를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인공지능 산업이 실제로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기존 의문이 다시 부각됐다. 이미 4월 이후 반도체주가 가파르게 오른 상황이어서, 이런 악재는 차익실현을 자극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수급 측면에서도 충격은 뚜렷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2조3천670억원, 에스케이하이닉스 2조3천430억원을 중심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4조6천42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3조8천688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8조1천710억원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일부 받아냈다. 이후 미국 증시에서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9%,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0.05%, 나스닥 종합지수는 0.24%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29% 급락한 반면,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는 0.07% 상승해 자금이 일부 업종과 종목으로 옮겨가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났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는 3.77%, 신흥지수 상장지수펀드는 1.13% 내리며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도 반영했다.
중동 정세도 변수로 작용했다. 뉴욕 증시 마감을 앞두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고, 이란도 바레인과 쿠웨이트 등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반등했다. 다만 주말 사이에는 양측이 공격 중단에 합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군사적 긴장은 다소 누그러졌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측 고위 당국자는 모든 물리적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6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호르무즈 해협 분쟁 해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적 위험은 증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변수인 만큼, 긴장 완화 여부는 투자심리 회복의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급락이 과도한 공포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 즉 앞으로 예상되는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7.56배까지 내려와 다시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2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본격적인 실적 시즌이 다가오고 있어, 실적 전망 상향이 이어질 경우 지수의 반등 여지도 있다고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에도 대형 이벤트가 이어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보면서도, 7월 1일 발표될 한국의 6월 수출 지표가 반도체 업황 정점 통과 우려를 누그러뜨릴 핵심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은 단기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실제 수출과 기업 실적으로 인공지능과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한국의 수출 지표, 반도체 가격 추이, 중동 리스크 완화 여부에 따라 변동성 장세 속에서도 방향을 다시 잡아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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