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29일 다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반도체 대형주를 둘러싼 우려와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이 국내 주식시장의 흔들림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브이코스피는 전장보다 4.56% 오른 96.94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97.99까지 올라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9년 4월 1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이란 전쟁 발발 직후였던 2026년 3월 5일의 83.58을 크게 넘어섰고, 공식 발표 이전 추정치까지 포함하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인 10월 29일 종가 89.30보다도 높았다. 다만 장중 기준 최고치는 2008년 당시의 103.05가 여전히 남아 있다.
브이코스피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30일간의 기대 변동성을 연율로 환산한 지표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앞으로 한 달 동안 주가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을 얼마나 높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옵션 가격이 비싸질수록 위험 회피 수요가 커졌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에, 이 지수가 오르면 통상 시장의 공포심도 함께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브이코스피는 흔히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린다.
시장에서는 최근 변동성 확대의 배경으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관련 수급 쏠림, 그리고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재부각을 함께 지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수급이 한쪽으로 몰린 상황에서, 주말 사이 미국과 이란의 보복 공습과 반격 소식이 전해져 투자심리가 더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여기에 애플의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과 대형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의 투자 축소 우려까지 겹치며 시장의 혼란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이 커질 경우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이는 결국 국내 반도체 대표주 실적 기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0.20% 내린 8,394.65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한때 3.37% 하락하며 8,100선까지 밀렸지만, 청와대가 주재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각각 인공지능과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낙폭을 일부 만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는 8.13% 오른 920.57로 마감해 지난 3월 5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와 중소형 기술주 비중이 큰 코스닥이 서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는 점은, 현재 시장이 업종과 종목별 기대에 따라 매우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업황 전망, 중동 정세, 대형 기술기업 투자 계획 변화에 따라 높은 변동성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