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일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충격을 반영하며 4% 넘게 떨어졌지만, 장중 6,500선 부근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반복적으로 유입되며 추가 급락을 일부 막아내는 흐름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46% 내린 6,516.2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6.37% 하락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큰 폭의 조정이 이어진 것이다. 지수는 2.60% 내린 6,643.58로 출발한 뒤 한때 6,472.80까지 밀리며 낙폭을 5.10%까지 키웠다.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한때 유입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상승세를 지키지 못했고, 결국 6,500선 안팎에서 등락하다 장을 마감했다.
이날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제헌절 대체공휴일로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해외 반도체주가 먼저 크게 흔들린 데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현지시간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5.85% 하락했고, 장중 저점 기준으로는 9.71%까지 밀렸다. 대만 TSMC와 일본 키옥시아도 17일 하루에 각각 7.29%, 16.10% 하락했다.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날 각각 4.31%, 4.23% 내린 24만4천원, 176만6천원에 마감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이미 지난 1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8.77%, 12.54% 급락하며 선제적으로 충격을 일부 반영한 측면이 있어, 해외 시장에 비해 낙폭이 더 확대되지는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3천510억원, 외국인은 5천236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9천218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가운데서는 금융투자가 4천892억원 순매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연기금은 74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실제로 장중 코스피가 6,500선에 가까워질 때마다 매수세가 들어오며 낙폭을 줄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 구간이 단기적인 심리적 지지선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지금 단계에서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4일 코스피 6,800선을 1차 기술적 지지선으로, 그 아래로는 6,500선과 6,100∼6,000선을 단계적 지지선으로 제시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한국거래소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피크아웃 논의는 아직 이르다며,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기업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 1.3배에서 1.4배가 적정한 하단이고 이를 지수로 바꾸면 코스피 6,000포인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예상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이 5.81배에 불과해 역사적 저점권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시장의 시선은 미국 빅테크 실적과 인공지능 투자 지속 여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오는 23일 알파벳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미국 기술기업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면,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축소 우려가 실제보다 과도했는지 여부가 확인될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시즌이 인공지능 수요의 지속성과 반도체주의 디레버리징·디레이팅(투자 축소와 밸류에이션 하락) 국면 탈출 가능성을 함께 시험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알파벳의 2026∼2027년 설비투자 가이던스와 클라우드 수익성, 24일 발표되는 인텔의 서버 중앙처리장치 출하 회복 여부도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반도체 기업들의 공격적 설비투자가 곧바로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부 연구원들은 실제 공급 증가 효과가 장기간 뒤에 나타나는 만큼 최근 주가 급락을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런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이어지더라도,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신호가 확인되면 저평가 매력이 다시 부각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