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열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28일 아시아 주요 증시의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했고, 한국과 일본, 대만 시장 전반으로 매도세가 빠르게 번졌다.
이날 시장 충격은 일본과 대만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한국시간 28일 오후 2시20분 기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 넘게 하락해 지난 5월 말 이후 처음으로 62,000선 아래로 내려왔고, 토픽스도 3%가량 밀렸다.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는 18.3% 급락한 4만4천550엔까지 떨어졌고, 시가총액도 24조4천100억엔, 우리 돈 약 219조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도쿄일렉트론과 르네사스, 레이저텍, 어드반테스트 같은 반도체 장비·부품주도 10% 안팎 또는 그 이상 하락하며 투자심리 위축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만 증시 역시 인공지능 반도체 대표 기업을 중심으로 약세가 깊어졌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장중 4%대 하락세를 보이며 41,600선까지 밀렸고, 대만 증시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TSMC는 2.8% 내린 2천285대만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TSMC 시가총액은 59조3천억대만달러, 약 2천672조원으로 줄었다. 반도체 설계 기업 미디어텍도 9.9% 하락해, 생산과 설계를 아우르는 대만 반도체 생태계 전반이 압박을 받는 모습이었다.
한국 증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코스피는 이날 10% 넘게 급락해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락 시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장치)가 발동됐고, 코스닥도 8% 이상 떨어지며 함께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12∼13%대까지 밀렸다. 반도체 업종은 한국 수출과 기업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들 종목의 급락은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국내 증시 전체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동반 급락의 배경에는 미국발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2분기 잉여현금흐름 적자를 공개하면서, 대규모 인공지능 설비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속도에 대한 시장의 질문이 커졌다. 여기에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급락하며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준 점도 상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반도체 업종은 인공지능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장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제는 투자 확대가 계속 가능하냐는 점과 메모리 가격 급등이 오히려 수요 둔화나 대체재 전환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과 설비투자 계획, 그리고 메모리 가격 추이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아시아 반도체주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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