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중국 반도체 충격에 6,000선 붕괴…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하락 중심

| 토큰포스트

국내 증시는 28일 중국의 인공지능·반도체 자립 기대와 기존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급락했고,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에 밀려 6,023.66으로 마감했다. 이날 시장은 이달 내내 이어진 반도체 고점 논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미국 기술주 조정으로 이미 약해진 투자 심리가 중국 창신 메모리 테크놀로지(CXMT) 상장 흥행 소식에 크게 흔들린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5,992.91까지 내려 6,000선이 무너졌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가 급변할 때 시장을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다.

이날 급락의 중심에는 국내 증시를 사실상 주도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3.39% 내리며 22만원대로 밀렸고, SK하이닉스는 14.65% 떨어져 15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원 가까이 순매도했고, 특히 SK하이닉스 3조1천977억원, 삼성전자 1조6천251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키웠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워낙 큰 만큼 주가 하락은 곧바로 시장 전반의 충격으로 이어졌고, 코스피 시장에서는 878개 종목이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 시가총액이 2천조원 가까이 줄어든 점도 투자 심리 위축을 보여준다.

중국발 충격은 상징성이 컸다. 중국 반도체 자립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CXMT가 과창판에 상장된 뒤 주가가 400% 넘게 뛰면서 중국 본토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현재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CXMT가 8%로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9%, 마이크론 22%에 비해 아직 작지만, 시장은 상장 이후 대규모 자금 조달이 생산 증설과 기술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여기에 중국이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장비인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양산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도 중국이 예상보다 빠르게 공급망 자립을 진전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처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는 미래 공급 확대 가능성만으로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하락이 실제 산업 구조 변화보다 심리 충격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다. CXMT가 대규모 증설에 나서더라도 그 물량 상당수는 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같은 중국 내 인공지능 인프라와 정보기술 기기 수요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중국의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더라도 곧바로 세계 D램 시장 전체의 과잉 공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대형 기술기업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 비중을 높이고 있어, 범용 D램 중심의 중국 업체와 고객층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방어 논리로 제시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CXMT가 아직 외국인 투자자가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종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제 자금 이탈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시장 불안을 키운 배경은 중국 변수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와 오픈에이아이를 둘러싼 대규모 협력과 투자 구조가 실제 수요를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순환 거래 우려를 자극했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에이엠디 등 주요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다. 그동안 인공지능 투자 확대를 이끌어온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기업)의 자본 지출이 둔화할 수 있다는 의구심도 남아 있다. 여기에 2월 말 시작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5개월째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와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오르는 등 거시 환경도 주식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한국 증시는 반도체 비중이 높고,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자금 쏠림까지 겹치면서 일본 닛케이225나 대만 증시보다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단기 충격이 컸지만 향후 방향은 결국 실적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그리고 29일 SK하이닉스와 30일 삼성전자가 내놓을 실적이 인공지능 메모리 수요의 견조함을 확인해 줄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미국 대형 기술기업의 실적도 함께 시장의 시선을 받을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수 있지만, 중국발 우려가 실제 수급 악화로 번지지 않고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기대를 충족한다면 이번 급락은 과도한 공포가 진정되는 계기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