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내 증시는 장 초반 반등 시도를 보였지만 곧바로 하락으로 돌아서며 낙폭을 키웠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는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 급락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출발은 강했지만, 반도체 실적에 대한 실망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재상승 우려가 투자심리를 다시 얼어붙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10시 59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298.57포인트(4.96%) 내린 5,725.09를 나타냈다. 지수는 전장보다 65.45포인트(1.09%) 오른 6,089.11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 초반 한때 6,228.52까지 올랐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뒤 5,685.12까지 밀렸다. 오전 10시 55분께에는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해 시장 급변을 진정시키는 장치다. 개인 투자자는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이날은 1조4천87억원 순매도로 돌아섰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천365억원, 1조1천814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이번 하락의 중심에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SK하이닉스는 개장 전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영업이익 60조5천426억원, 매출 79조3천18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지만, 영업이익은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63조5천526억원을 4.7% 밑돌았다. 회사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10여개 고객과 장기공급계약(LTA·장기 공급 계약)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당장 실적의 눈높이 미달과 주주환원책 부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주가는 오전 장중 8.84% 내린 141만3천원에 거래됐고, 삼성전자도 장 초반 강세를 지키지 못한 채 4.43% 하락한 21만250원을 나타냈다.
해외 변수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는 마이크론, 에이엠디, 인텔, 퀄컴, 웨스턴디지털 등 반도체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49% 떨어지며 4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SK하이닉스 에이디알(ADR·미국예탁증서)도 8.98% 하락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한때 진정되는 듯했지만, 한국시간 29일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군이 중동의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면서 다시 반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앞선 거래일에 배럴당 79.26달러로 내려왔지만, 이후 다시 80달러선을 웃돌았다. 유가 상승은 물가와 기업 비용 부담을 자극할 수 있어 주식시장에는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코스닥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오전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36.73포인트(5.20%) 내린 669.12로, 개장 직후 713.71까지 올랐지만 곧 700선 아래로 밀렸고 오전 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에서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496억원, 738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만 1천191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오락·문화, 건설, 전기·전자 업종의 하락폭이 컸고, 음식료·담배 등 일부 방어적 성격의 업종만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반도체 실적에 대한 재평가와 중동발 유가 변수, 외국인 수급 변화가 국내 증시의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적 기대와 지정학적 불안이 충돌하는 구간에서 변동성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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