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중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추가 재정 조달 수요를 단기 국채와 현금관리채권(CMB)으로 흡수하기로 했다. 단기 국채 공급이 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도 확대된다.
미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분기 차환 발표에서 1,250억 달러(약 178조6,250억원)의 국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오는 15일 만기가 돌아오는 민간 보유 국채 963억 달러(약 137조6,127억원)를 차환하고 민간 투자자로부터 287억 달러(약 41조123억원)의 순현금을 조달한다. 발행액은 △3년물 580억 달러(약 82조8,820억원) △10년물 420억 달러(약 60조180억원) △30년물 250억 달러(약 35조7,250억원)다.
이번 발표는 본지가 앞서 전한 1,250억 달러 규모 국채 차환과 장기물 발행 동결 방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영향을 짚은 후속 분석이다. 재무부는 명목 쿠폰채와 변동금리채(FRN) 경매 규모를 최소 향후 몇 분기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경매 규모가 2027년까지 유지된다는 확정 지침은 아니다. 미국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4일(현지시간) 회의록에서 주요 딜러들이 명목 쿠폰채 경매 규모의 다음 인상 시점을 대체로 2027년 중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현행 쿠폰채 경매 규모와 민간 보유 단기채 공급을 전제로 하면 2027~2028회계연도 민간 보유 순시장성 차입에서 1조4,500억 달러(약 2,072조500억원)의 조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딜러 전망의 중간값이다. 부족한 조달 수요를 단기 국채가 얼마나 흡수할지가 향후 발행 구조의 핵심인 셈이다.
재무부는 8~10월 분기 중 남은 조달 수요를 정기 단기채 경매와 CMB로 처리한다. 9월에는 법인세와 비원천징수 세수 유입을 반영해 짧은 만기의 단기채 경매 규모를 줄이고, 10월에는 계절적 재정 지출에 맞춰 단기채 전 구간의 경매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행 구조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과 직접 연결된다. 테더(USDT)는 2026년 1분기 준비금 보고에서 3월 31일 기준 미국 재무부채권에 대한 직간접 익스포저가 약 1,410억 달러(약 201조4,890억원)라고 밝혔다. 서클(Circle)도 유에스디코인(USDC) 준비금 대부분을 블랙록이 운용하는 서클 리저브 펀드와 단기 미국 국채, 오버나이트 미국 국채 환매조건부채권 등에 두고 있다.
단기 국채 공급 확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유동성 자산의 폭을 넓힌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스테이블코인에 1대1 준비자산 원칙을 적용하기로 한 흐름과도 이어진다.
반면 단기 조달 비중이 높아지면 미국 정부의 이자비용은 정책금리 변화에 더 빨리 노출된다. 만기가 짧은 채권은 재발행 주기가 짧아 금리 변동이 차환 비용에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시장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은 5일 장중 재무부 발표 이후 채권 금리가 앞선 하락세를 유지했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최근 거래에서 4.615% 부근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배런스(Barron’s)는 이번 결정이 월가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다고 평가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단기 국채 시장 전체를 좌우하는 수준은 아니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은 2025년 분석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약 2,500억 달러(약 357조2,5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모든 발행사가 서클과 비슷한 비율로 준비금을 국채에 두더라도 보유액은 약 1,250억 달러(약 178조6,250억원)로, 당시 6조 달러(약 8,574조원)였던 단기 국채 잔액의 2% 미만이다.
이번 가이던스는 장기 국채 공급 충격을 피하는 대신 단기 조달 의존을 이어가는 선택에 가깝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는 준비자산 운용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지만, 미국 재정은 정책금리 변화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가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이번 발표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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