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의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8월 들어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 심리가 눈에 띄게 얼어붙었다.
9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26조2천7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1월 27조560억원에서 2월 32조2천340억원, 3월 30조1천430억원, 4월 29조5천510억원 안팎을 유지하다가 지수가 급등했던 5월과 6월에는 각각 50조2천150억원, 50조3천47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지난달 36조8천75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이달에는 지난달의 71.26% 수준까지 더 줄었다. 거래량도 함께 쪼그라들었다. 이달 일 평균 거래량은 3억166만7천 주로 역시 연중 최저치다. 통상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동시에 줄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사고팔기보다 관망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위축은 8월 들어서도 코스피가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5.10% 하락했고, 주가 급변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사이드카도 두 차례 발동됐다. 특히 그동안 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 대표주 부진이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12.00%,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7.23% 내렸다.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수요가 정점을 지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이 기대했던 두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점도 투자심리를 약하게 만들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5일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주주환원 확대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현재까지 세부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지난 7일 보통주 1주당 375원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며 3분기 안에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내부에서는 일부 종목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순환매도 나타났다. 실적이 좋은 화장품주나 경기 방어 성격이 있는 금융지주 종목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들 업종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지수 반등을 이끌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주 약세를 두고 인공지능 투자 사이클 자체의 종료라기보다 높아진 기대가 조정받는 과정에 가깝다고 봤다. 그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즉 에이치비엠 적층 기대 조정과 서버당 메모리 용량 최적화 우려, 샌디스크의 차기 분기 실적 전망이 기대에 못 미친 점, 주주환원 발표 지연이 한꺼번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대외 변수도 증시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종결이 늦어지면서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 두 곳의 항행이 제한됐고, 그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반등하면서 물가와 금리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7% 가까이 상승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물가 압력이 다시 강해질 경우 9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나 반도체주처럼 미래 성장 기대를 반영하는 종목의 मूल्य 평가가 낮아지기 쉬워 국내 증시에도 부담이 된다.
증권가는 당장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반등의 실마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핵심은 외국인 자금이 다시 들어오고, 대형 반도체주의 주주환원 정책이 빨리 구체화되는지 여부다. 이재원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의 추세적 반등을 위해서는 외국인 순매수 복귀와 신속한 주주환원 발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 인공지능 투자에 나서는 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과 외부 차입을 동반하는 자본 집약적 단계로 들어선 만큼 시장 금리 안정이 반도체 수요와 투자 지속성을 좌우할 핵심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나정환 엔에이치투자증권 연구원도 지금 시점에서는 실적보다 제도적 촉매가 더 중요하다며 주주환원 정책의 구체화와 상속·증여세 개편 같은 제도 변화가 외국인 수급을 움직일 변수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음 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갈등 완화 여부, 그리고 이에 따른 유가·장기 금리·원/달러 환율 변화에 따라 향후 코스피의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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