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40년 최저…미 국채·가상자산 유동성 흔드나

| 서도윤 기자

엔화가 달러당 162.27엔까지 하락한 가운데 일본 채권시장의 충격이 미 국채금리와 가상자산 유동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가 커지고 있다. 엔화와 일본 국채금리의 급격한 변동이 글로벌 자금 조달 여건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10일 케빈 해셋(Kevin Hassett)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안정적인 엔화가 금융 전염을 막는 데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문구는 공개된 백악관 전사본이나 공식 속기록에서는 직접 확인되지 않았다.

금융 전염은 한 시장에서 발생한 충격이 환율과 채권, 주식 등 다른 시장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뜻한다. 일본 금융기관이 환율과 금리 변동에 맞춰 해외 자산 비중을 조정하면 미 국채 수급과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은 대규모 대외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엔화 약세가 일본 내부의 환율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국채금리가 오르거나 환헤지 비용이 달라지면 금융기관이 해외 채권과 국내 채권의 기대수익을 다시 비교하게 된다.

미 재무부는 7월 23일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을 포함한 10개 경제권을 모니터링 리스트에 유지했다. 중국·한국·대만·태국·싱가포르·베트남·독일·아일랜드·스위스도 명단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주요 교역상대국이 무역상 이익을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명단에 오른 경제권의 환율 정책과 거시경제 정책은 계속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 재무장관은 2025년 9월 공동성명에서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과도한 변동성과 질서 없는 움직임이 경제·금융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외환시장 개입은 이에 대응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2월 3일 서한에서 1월 일본 국채금리 급등이 글로벌 고정금리 시장으로 번졌다고 평가했다. 일본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장기금리와 분리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일본은행(BOJ)은 6월 정책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 목표를 약 1.0%로 올렸다. 다무라 나오키(Naoki Tamura)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6월 25일 연설에서 일본은행이 2024년 3월 이후 단기금리를 주요 정책수단으로 사용하는 통상적인 통화정책 체계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통상 기준금리 상승은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환율은 양국의 금리차뿐 아니라 향후 정책 기대와 자금 흐름, 시장 개입 가능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로이터는 6월 30일 엔화가 장중 달러당 162.27엔까지 밀려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는 7월 24일 엔화 약세가 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이어졌다며 과도한 변동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엔화 가치와 일본 국채금리가 급변하면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조정이 빨라질 수 있다. 포지션 청산 과정에서 달러 유동성과 미 국채 수급, 위험자산 가격이 함께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에게도 엔화 흐름은 자금 조달 비용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글로벌 유동성과 시장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는 만큼, 미 고용과 일본은행 정책이 가상자산 자금 비용에 미치는 경로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은 앞서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으며, 당시에도 미 국채금리와 엔 캐리 트레이드가 가상자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엔화 안정만으로 위험자산의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환율과 일본·미국 국채금리의 움직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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