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가격이 3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전쟁과 폭염, 엘니뇨 관련 기상 여건이 겹치면서 수입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식품업계의 비용 부담도 커졌다.
12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6년 7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31.1로 전월 130.3보다 0.6%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높고 2022년 3월 고점보다는 18.2% 낮은 수준이다.
7월 지수는 2023년 1월 131.2 이후 가장 높았다. FAO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주요 식품 원자재의 가격 흐름을 종합해 보여주는 지표다.
전체 지수 상승은 곡물과 설탕, 식물성 유지가 이끌었다. 품목별로는 곡물가격지수가 113.8로 전월보다 3.4% 올랐다.
밀 가격은 전월 대비 5.8%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 격화로 흑해 지역의 수출 흐름이 차질을 빚은 데다 폭염으로 주요 생산국의 작황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설탕가격지수는 95.0으로 전월보다 5.6% 올랐다. 유럽연합(EU)의 고온·건조한 날씨가 수확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아시아 주요 생산국의 엘니뇨 관련 기상 여건이 생산 전망을 압박했다.
엘니뇨는 적도 중·동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대기와 해양의 흐름을 바꾸는 현상이다. 농산물 생산지의 강수량과 기온이 달라질 수 있어 작황과 국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식물성 유지 가격지수는 195.7로 전월보다 2.0% 상승해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팜유와 대두유 가격 상승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국내 식품업계는 원당과 원맥, 식용유 등 주요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한다.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은 계약 가격과 환율, 재고 소진 시점 등을 거쳐 제조원가에 반영되는 구조다.
CJ제일제당($097950)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고유가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식품사업부문 수익성이 다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만두와 햇반 등 글로벌전략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국내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해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280360)는 이상 기후에 따른 코코아 원두 가격 변동성과 중동전쟁 여파를 부담 요인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유통망 확대와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식품업체들은 일부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만두, 생선구이 등 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8% 올렸고, 오뚜기($007310)는 카레와 당면, 케첩, 후추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005300)는 칠성사이다를 포함한 12개 브랜드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다. 앞서 본지는 고유가와 폭염이 7월 국내 소비자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식량가격 상승이 국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정도와 시차는 품목별 재고와 계약 가격, 환율, 판매가격 조정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FAO는 다음 세계 식량가격지수를 9월 4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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