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월 말 기준 2억5041만1831달러(약 3548억원) 규모의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이후 멈춰 있던 금 관련 운용이 실물 금 매입이 아니라 금 가격에 연동되는 ETF 투자 형태로 다시 드러난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13F 정보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6월 30일 기준 SPDR 골드 트러스트(GLD) 67만9765주를 보유했다. GLD 평가액은 한국은행이 공시한 4개 종목 전체 평가액 38억8631만2588달러(약 5조5069억원)의 약 6.4%였다.
GLD는 금 현물 가격 흐름을 반영하도록 설계된 금 ETF다. 투자자는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매매하지만, 보유 성격은 실물 금괴를 중앙은행 금고에 추가로 쌓는 방식과 다르다.
이번 공시가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 증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2025년도 연차보고서에서 금은 48억달러(약 6조8020억원)로 2024년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을 안전성과 유동성 중심으로 운용하고, 수익성은 그 범위 안에서 추구한다고 설명해 왔다. ETF 편입은 이 원칙 안에서 금 가격에 대한 노출을 유가증권 형태로 가져간 사례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4년 4월 공식 블로그에서 2013년 이후 금 매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금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유동성이 낮으며 이자나 배당 같은 현금흐름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같은 글에서 한국은행은 금 투자 시점과 규모를 외환보유액 증가 추이, 국내 외환시장 전개, 국제 금시장 동향을 보며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번 보유가 공개되면서 실물 금과 금 연계 유가증권을 구분해 봐야 할 필요가 커졌다.
13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일정 규모 이상 증권 보유 내역을 분기별로 공개하는 보고서다. 특정 시점의 보유 현황을 보여줄 뿐, 매입일이나 평균 매입 단가, 이후 매매 여부까지 설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확인된 범위는 6월 말 현재 GLD 보유다. 한국은행이 2분기 중 어떤 가격대에서 매수했는지, 다음 분기에도 같은 비중을 유지할지는 이번 공시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중앙은행의 금 수요가 확대된 흐름과도 시점이 겹친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는 2026년 2분기 중앙은행의 금 순매수가 289톤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세계금협회는 이 수치가 2분기 기준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이번 투자는 금 현물을 직접 늘린 사례가 아니라 증권 형태의 금 가격 노출이라는 점에서 중앙은행 금 매입 통계와 구분된다.
금 ETF 시장도 회복 흐름을 보였다. 본지는 앞서 글로벌 금 ETF에 30억달러가 순유입된 흐름을 전했다.
한국은행의 보유 공개는 금 ETF 자금 흐름과 중앙은행 금 수요가 동시에 부각된 시점에 나왔다. 금 가격과 달러 자산, 중앙은행 준비자산 운용을 함께 보는 시장의 관심이 커진 배경이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공시는 실물 금 보유와 금 ETF 투자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실물 금은 보관과 유동성 문제가 따르고, ETF는 거래 편의성이 있지만 가격 변동과 운용 비용을 안고 간다.
이번 공시만으로 한국은행의 장기 자산배분 전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음 확인 지점은 다음 분기 13F 공시와 한국은행의 공식 설명이다.
검증 출처: SEC 13F 정보표, 한국은행 블로그, 한국은행 2025년도 연차보고서, 세계금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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