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3대 지수가 17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한 가운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만 나 홀로 1.3%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에 지수 전반이 눌린 것과 달리 반도체주는 개별 호재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51% 내린 5만3459.78에, S&P500지수는 0.52% 하락한 7745.06에, 나스닥종합지수는 0.32% 떨어진 2만6644.9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지수 하락의 배경에는 국제유가 상승이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를 연장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54% 오른 배럴당 84.50달러에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60일간 잠정합의에 들어갔으나, 17일 이 시한이 만료되면서 갈등이 다시 고조된 모습이다.
반도체주는 이런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다. 샌디스크($SNDK)는 8.88%, 마이크론($MU)은 4.13%, SK하이닉스 ADR은 3.04% 각각 상승했다.
샌디스크는 지난 13일 인공지능(AI) 추론 수요 확대에 따라 2030년 데이터센터향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앤트로픽이 2분기 매출 호조를 발표하며 AI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일부 해소된 점도 반도체주 강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인텔, 엔비디아, TSMC 등 대형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돼 업황과 AI 인프라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척도로 쓰인다.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지난 14일 6977.94로 마감하며 7000선 진입까지 22.06포인트를 남겨둔 상태다. 당시 상승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돼 시장 전반의 회복 여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코스피가 장중 70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15거래일 만이었다. 이달 들어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반등의 앞단에 서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 회복세가 업종 전반으로 번지는지에 쏠려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피는 2.42%, 코스피200은 2.51% 올랐지만 코스피200 제외 지수와 코스피 소형주 지수 상승률은 각각 1.73%, 1.39%에 그쳤다. 반등이 유동성이 풍부한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연휴 기간 중 미국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 반도체주 강세가 주 초반 국내 증시의 강세를 이끌 수 있는 요인"이라며 "다만 주중 일정을 보면 8월 1~2주차에 비해 대형 메이저급 이벤트가 부재한 가운데 금리, 유가 등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도 공존하고 있는 만큼 주 초반 이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 출회와 속도 조절 압력의 경로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고 설명했다.
오는 19일 공개되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29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으며, 위원 9명이 찬성하고 3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이례적으로 표결이 갈린 바 있다.
한 연구원은 이번 의사록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7월 금리 동결을 주장한 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 사이에서도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그렇지만 7월 의사록에는 8월 중 발표됐던 7월 고용 쇼크,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의사록이 예상보다 매파적으로 나오더라도,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수출 지표도 관전 포인트다.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55.4%로 7월(178.8%) 대비 둔화했다.
한 연구원은 "수출 증가율 탄력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반도체 수출 150%대 증가와 같이 절대적인 성장 모멘텀은 견고하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며 "8월 수출의 견조함이 재확인되면 지난주 뒤늦게 반등 대열에 합류한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는 주중 차익실현 물량을 소화해 나가면서 7000선 안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일까지 집계될 8월 전체 수출 증가율이 다음 확인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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