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가 계열 자산운용사 재편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유가증권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부문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넘기고,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역할을 좁히는 구조다.
한국금융지주는 27일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각각 이사회를 열어 분할합병 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계약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일부 영업인 유가증권펀드와 MMF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흡수합병하는 내용이다.
두 회사는 9월 1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분할합병 기일은 2027년 1월 1일로 잡혔다. 한국금융지주는 분할합병 전후 모두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한국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재편의 핵심은 이전 대상의 범위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유가증권 부문 순자산은 재간접펀드를 포함해 98조7000억원으로 제시됐다. MMF를 포함한 단기금융시장 규모는 약 11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ETF 순자산 32조원을 제외하면 약 77조원이 이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구체적인 ETF 외 유가증권 이관 범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체 순자산 125조4000억원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MMF는 만기가 짧은 채권과 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로, 지수나 자산 가격 흐름을 따라가도록 설계된다. 이번 재편은 단기자금과 전통자산 운용, ETF 사업을 계열 운용사별로 나누는 성격이 강하다.
비교 대상으로는 삼성자산운용의 2017년 분사가 거론된다. 삼성자산운용은 당시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을 물적분할했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는 국내 주식 밸류·그로스 전략 등 액티브 운용 업무가, 삼성헤지자산운용에는 사모펀드 관련 업무가 넘어갔다.
삼성자산운용 사례는 모회사가 ETF와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 부문을 유지하고 액티브·헤지 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낸 구조였다. 당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으로 넘어간 주식형 액티브 부문 순자산은 2017년 1월 말 기준 약 4조3000억원, 삼성헤지자산운용은 약 1조원 규모로 제시됐다.
삼성자산운용은 당시 채권형 145조7000억원과 단기금융 8조2000억원 등 주요 전통자산 부문을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한국금융지주의 이번 재편은 주식·채권·MMF 등 전통자산 부문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모으고 ETF 사업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남기는 방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ETF 사업을 키워 왔다. 본지는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반도체 전략산업 ETF가 상장 약 2주 만에 순자산 3330억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ETF 사업을 남기는 이번 재편은 성장 사업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한투운용도 삼성코액트처럼 가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국내에 이런 형태의 분사 시도는 없었던 것 같다”며 “글로벌 운용사들이 전문화된 구조를 갖춘 것과 비슷하게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교 대상은 삼성자산운용 분사지만, 이번에는 일부 액티브 조직 분리보다 운용자산 재배치 폭이 더 크다는 뜻이다.
운용사 재편은 계열사별 상품 개발과 판매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통자산 운용은 기관 자금과 장기 운용 역량이 중요하고, ETF는 개인투자자 접근성과 시장 대응 속도가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같은 계열 안에서도 운용 조직의 역할을 구분하면 상품군별 책임과 전략이 더 뚜렷해진다.
다만 실제 이관 범위는 주주총회와 관계기관 승인·인가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세부 일정이 절차 진행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9월 1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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