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유가증권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부문을 넘겨받는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계열 운용사 재편의 초점이 상장지수펀드(ETF)와 액티브 운용의 역할 분담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분할합병 계약 체결을 승인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영업 일부인 유가증권펀드와 MMF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두 회사는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9월 11일 열 예정이다. 분할합병 기일은 2027년 1월 1일로 예정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모두 한국투자증권의 100% 자회사이며, 분할합병 이후에도 이 지분 구조는 유지된다.
연합인포맥스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순자산이 7조9000억원으로, 한국투자신탁운용 125조4000억원의 16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같은 계열 운용사지만 운용 규모 차이가 큰 만큼 이번 이관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외형 확대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2006년 출범했다. 장기 가치투자를 앞세워 저PER, 저PBR 종목 발굴에 집중했고 '거꾸로', '롱텀밸류', '중소밸류' 등 펀드 시리즈를 운용해왔다.
다만 성장주 중심 장세와 공모펀드 시장 위축 속에서 성장세는 한동안 정체됐다. 이번 자산 이관은 주식형 펀드 중심 운용에서 벗어나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전반으로 운용 모델을 넓히는 전환점으로 읽힌다.
MMF는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유동성을 관리하는 펀드다. 기업과 기관의 단기 자금 운용 수요가 크고, 증권형 펀드와 함께 자산운용사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는 영역으로 꼽힌다.
이번 재편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TF 등 패시브 영역에 힘을 싣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액티브 운용과 전통자산 상품을 맡는 구조로 풀이된다. 본지는 앞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반도체Plus전략산업 ETF 순자산이 상장 약 2주 만에 3330억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 사업 확대와 맞물려 계열 운용사의 역할 구분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ETF는 지수를 추종하거나 정해진 전략을 따르는 패시브 운용 성격이 강하고, 액티브 공모펀드는 운용역의 종목 발굴과 장기 성과 기록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업계 평가는 엇갈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운용사 분사가 성공적인 케이스가 없었다"고 말했다. 기존 운용사 분할 구조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22년 실물자산 부문을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으로 분사한 경험이 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2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8.1% 증가했다.
이번에는 유가증권펀드와 MMF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옮겨 전통자산 운용의 축을 다시 짜는 절차를 밟고 있다. 상품별 전문성을 높이고 계열 운용사 간 사업 중복을 줄이려는 재편으로 해석된다.
과제도 남아 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공모펀드 사업을 하려면 리테일과 영업 등 마케팅 기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자산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품 개발, 판매망, 장기 성과 기록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분할합병 일정은 주주총회와 관계기관 승인·인가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확인된 다음 절차는 9월 11일 임시주주총회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