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F ‘MAGA 전환’으로 사면 노렸지만…워싱턴은 선 그었다

| 서지우 기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SBF)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pardon)을 겨냥해 친(親)트럼프·MAGA 메시지를 앞세운 여론전에 나섰지만, 워싱턴의 반응은 차갑다. FTX 붕괴 과정에서 고객 자금 80억달러(약 11조881억원)를 편취한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인 만큼, 공화·민주 양당 모두 “사면은 곤란하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SBF는 최근 수개월간 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추켜세우는 게시물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유죄 판결을 ‘바이든의 법 집행’ 탓으로 돌리거나, MAGA 노선을 지지하는 듯한 언어를 반복해 보수 진영의 문제의식을 차용하는 방식이다. 국제 주요 매체들도 이를 ‘전략적 MAGA 전환’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사면을 위한 이미지 세탁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백악관 메시지는 단순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SBF 사면 계획이 없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고, 이후 백악관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 ‘사면 가능성’이 간헐적으로 거론되지만, 현재까지는 행정부 차원의 문이 열려 있다는 신호가 거의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의회가 보낸 신호 “사면은 안 된다”

정치권의 공기도 냉담하다. 친크립토 성향으로 분류되는 공화당 인사들조차 SBF만큼은 예외로 두는 분위기다. 공화당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는 SBF가 사면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 역시 SBF의 행보를 ‘자기 이익’에 맞춘 접근으로 보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원에서도 같은 흐름이 읽힌다. 공화당의 마이크 플러드 하원의원은 SBF가 시장을 무너뜨리고 대규모 사기를 저질렀다는 점을 거론하며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샘 리카르도 하원의원은 사면이 논의되려면 결국 충분히 큰 ‘대가’가 필요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해,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에둘러 시사했다.

이 같은 반응은 SBF 사건이 단순 규정 위반이나 행정적 과실이 아니라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배심원단이 사기 및 공모 등 7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고, 검찰이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 중 하나”라고 규정할 정도로 사안의 중대성이 크다는 점이 ‘사면’ 논의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MAGA’ 언어로 포장된 소셜미디어 캠페인

SBF의 메시지 전략은 ‘보수 진영의 문법’을 적극 차용하는 형태로 전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구상을 찬양하거나, 이른바 ‘딥스테이트’가 MAGA 어젠다를 방해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식의 게시물이 이어졌다. 트럼프와 연관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거론하며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SBF의 X 계정은 수감자의 제한된 외부 소통 규정에 따라 지인이 대리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게시물은 재판·판결의 정당성을 문제 삼는 방향으로 자주 흘렀다.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규정하거나, 교도소 수감 생활의 단편을 끌어와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도 반복됐다.

여론전을 키운 대표적 사건으로는 터커 칼슨과의 옥중 인터뷰가 거론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절차적 논란이 불거진 인터뷰 이후 독방 수감으로 이어졌다는 전언도 나왔다. SBF의 부모가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와 접촉했다는 보도까지 더해지며, 업계 안팎에서는 “사면을 전제로 한 정치적 우회로를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됐다.

다른 크립토 사면과 SBF 사건의 ‘결정적 차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크립토 업계와 맞닿은 사건의 일부 당사자를 사면한 전례가 있는 만큼, SBF 측이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 않는 배경도 이해는 된다. 실크로드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는 취임 초기 석방됐고, 은행비밀법(BSA) 위반을 인정한 비트멕스(BitMEX) 공동창업자 3명 역시 사면을 받았다. 자금세탁 방지 의무 위반으로 처벌받은 바이낸스 창립자 창펑 자오(Changpeng Zhao·CZ) 사례도 거론된다.

그러나 워싱턴과 시장이 보는 ‘간극’은 명확하다는 게 중론이다. CZ나 비트멕스 사례가 컴플라이언스·AML(자금세탁방지) 체계 미비 등 ‘규정 준수’ 이슈에 가까웠다면, SBF는 고객 자금 80억달러 편취가 사건의 중심에 있다. FTX 붕괴는 2022년 글로벌 크립토 시장의 신뢰를 붕괴시키며 시장 시가총액 급감으로 이어진 상징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법정에서 드러난 구조도 부담을 키웠다. SBF가 FTX의 거래 시스템을 유리하게 조정해 알라메다 리서치가 고객 자금을 활용하고 사실상 무제한 레버리지를 쓰도록 했다는 의혹이 재판의 핵심으로 다뤄졌고, 전 여자친구 캐롤라인 엘리슨 등 핵심 관계자들이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 판결의 무게가 더해졌다.

규제 완화 기대 속 ‘FTX 그림자’가 남기는 변수

트럼프 행정부의 친크립토 기조는 시장 전반에는 호재로 작용해 왔다. 다만 SBF 이슈는 별개의 리스크로 남아 있다. 업계가 수년간 ‘FTX의 그림자’를 지우려 애쓰는 와중에, SBF가 다시 전면에 등장할 때마다 규제 논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대표적으로 미국 의회에서 논의되는 크립토 시장 구조 법안 ‘CLARITY Act’를 둘러싼 장면이 상징적이다. SBF가 해당 법안을 지지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자, 루미스 상원의원이 공개적으로 거리를 뒀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크립토 이슈에서 접점이 크지 않은 두 인사가 같은 결의 비판을 내놓았다는 점은, SBF가 정치권에서 얼마나 ‘팔기 어려운’ 인물로 인식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변수는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안에 따라 입장 변화가 잦았고, 임기가 아직 상당 기간 남아 있다는 점에서 SBF가 로비와 메시지전을 완전히 접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의 관심도는 ‘사면 성사’ 자체보다, 정치·사법 리스크가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 방향과 신뢰 회복 과정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SBF가 던지는 ‘사면’ 이슈가 다시 부상할 때마다, 크립토 산업은 제도권 편입 논의의 속도와 톤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SBF가 ‘트럼프(MAGA) 지지’ 신호를 보내며 사면 여론전을 시도했지만, 워싱턴(백악관·의회)의 반응은 냉담해 정치 이벤트가 시장 불확실성 완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국면입니다.

- FTX의 ‘80억 달러 편취’라는 사건 중대성이 초당적 반대 기류를 만들며, 고위 사면 기대감이 규제 리스크를 상쇄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면책 가능성’에 대한 반감만 키울 수 있습니다.

- 미국 내 규제·정책(Regulation & Policy) 흐름 측면에서, 대형 사기 사건에 대한 엄정 기조가 재확인되며 거래소·중개·커스터디 전반의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강화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 전략 포인트

- ‘사면 가능성’ 같은 정치 헤드라인은 단기 노이즈로 소비될 수 있어, 투자·사업 판단은 법원 절차/의회 기류/규제기관 스탠스처럼 확인 가능한 신호를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 대형 사건일수록 초당적 합의가 형성되면 정책 방향이 급변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국 시장 노출이 있는 크립토 사업자는 로비 이슈보다 리스크 관리(공시, 자금 분리, 감사, 통제)를 선제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규제 민감 자산/서비스(예: CEX, 파생, 스테이블·결제 연계)는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이 유지될 수 있어, 포지션 규모·레버리지·유동성 관리에 보수적 룰을 적용하는 접근이 합리적입니다.

📘 용어정리

- 사면(Pardon): 대통령이 연방 범죄에 대한 형 집행을 면제/감경하는 권한으로, 정치·여론·법적 파급을 함께 고려해 결정됩니다.

-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칭으로, 트럼프 지지 진영을 상징하는 정치 구호/정체성입니다.

- 초당적(Bipartisan): 특정 사안에 대해 공화·민주 양당이 비슷한 입장으로 합의하는 상태로, 정책 방향이 굳어질 때 자주 등장합니다.

- 규제정책(Regulation & Policy): 정부·의회·규제기관이 시장을 감독하기 위해 만드는 규칙/집행 기조 전반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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