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채무조정 심사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관련 법을 손보면서, 앞으로는 새도약기금과 새출발기금 같은 채무조정 기구가 채무자의 금융자산과 가상자산 보유 내역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채무조정기구에 대한 신용정보 등의 제공 특례’를 새로 도입한 데 있다. 이에 따라 채무조정 기구는 예금·적금, 증권, 가상자산 보유 내역은 물론 소득과 재산 정보, 과세 정보, 부동산 정보 등을 정보 보유기관에서 받아 심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채무조정 기구는 법적 한계 때문에 채무자의 동의 없이 금융자산이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 심사에서는 부동산이나 납세 정보 중심으로 상환 능력을 따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눈에 보이는 부동산 외에 금융상품이나 가상자산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더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채무조정은 상환이 어려운 취약 차주를 돕기 위한 제도인 만큼, 재산 상태를 충분히 따지지 않으면 제도를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채무조정은 원금 감면이나 상환 기간 연장처럼 혜택의 폭이 적지 않아, 재산이 있는데도 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생기면 성실하게 빚을 갚는 차주와의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 더 정밀한 심사를 통해 지원 대상을 가려내면, 한정된 재원을 실제 상환 곤란 계층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정책 취지다. 다만 정보 제공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이뤄지고, 채무조정 기구는 조회 사실을 채무자에게 개별 통지해야 하며 조회 내역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특례는 시행일로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법 시행 시점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뒤인 8월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개정으로 정부 채무조정 기구의 상환 능력 심사가 한층 촘촘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채무조정 제도가 단순히 연체자를 폭넓게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상환 여력과 재산 구조를 더 세밀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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