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피해 회복의 실질적 수준과 전세 제도 자체의 구조적 위험을 줄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좌담회를 열고,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의 의미와 한계를 짚었다. 이번 개정안은 경매나 공매가 끝난 뒤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보증금의 최소 3분의 1이 되도록 국가가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경·공매 절차에서 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회복 장치를 제도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참석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피해자들이 요구해 온 이른바 선 구제·후 회수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봤다. 먼저 정부가 피해액을 충분히 보전한 뒤 이후 책임 주체에게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가 아니라, 경매·공매 이후 일정 수준을 보완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보증금 보장 수준도 피해자 요구보다 낮아 실제 생활 재건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법 개정으로 피해 구제의 틀은 넓어졌지만, 체감 회복까지 이어질지는 별도의 문제라는 뜻이다.
좌담회에서는 전세사기가 개별 범죄를 넘어 제도적 취약성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거듭 강조됐다. 참석자들은 저금리 전세대출과 전세보증 제도가 장기간 확대되면서 세입자가 자기 자본보다 금융에 의존해 높은 보증금을 감당하는 구조가 굳어졌고, 그 결과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인 전세가율이 과도하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집값이 조금만 흔들려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가 늘어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고, 이 틈을 타 전세사기 위험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임차인이나 다세대 공동담보 주택처럼 현행 제도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세종대학교 임재만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금 미반환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깡통전세를 지목하며, 전세가율을 일정 수준 아래로 관리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전세가율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전세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식으로 위험을 사전에 낮추자는 제안이다. 이는 피해 발생 뒤 지원하는 사후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결국 이번 법 개정은 피해 구제의 폭을 넓힌 진전으로 볼 수 있지만, 전세 시장의 고위험 구조를 손보는 추가 제도 개편이 뒤따르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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