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전직 임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와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던 중 숨진 채 발견되면서, 강화되는 규제와 개인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해당 거래소 전 임원 A씨(51)는 지난 5월 13일 오후 4시 24분께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혼자 거주하던 A씨는 지인에게 장례를 부탁하는 예약 메시지를 남겼고, 이를 확인한 지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해당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수년간 근무했으나, 회사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으로 FIU로부터 ‘영업 일부 정지’ 처분과 함께 임직원 신분 제재를 통보받은 이후 지난해 5월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본인에 대한 제재가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심에서 승소했지만 FIU가 항소해 2심 결과를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주변에서는 A씨가 최근 반년가량 소송 대응에 몰두하면서 안정적인 경제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고, 장기화된 분쟁 속에서 경제적 부담과 심리적 압박,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는 증언도 나온다.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FIU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제재 강화 기조와 맞닿아 있다. FIU는 2021년 특금법 개정 이후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위반을 이유로 거래소에 대해 영업정지, 과태료뿐 아니라 임직원 개인에 대한 문책·해임 요구 등 ‘신분 제재’까지 확대 적용해 왔다.
특히 해외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고객확인의무(KYC) 기준, 고위험 거래 감시 범위 등에서 규제 해석을 둘러싼 당국과 업계 간 시각 차이가 지속적으로 충돌해 왔다.
이 같은 갈등은 최근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사건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4월, FIU가 두나무에 내린 영업 일부정지 처분에 대해 ‘재량권 남용’이라고 판단하며 1심에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특히 ‘100만원 미만 소액 거래’ 구간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었던 점과, 사업자의 고의·중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모호한 규제 기준 아래에서 사후적으로 책임을 확대 적용하는 방식에 제동을 건 판결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해당 판결이 향후 다른 거래소 및 임직원 제재에도 영향을 미칠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빗썸, 코인원 등 주요 거래소 역시 FIU 제재에 불복해 소송 또는 대응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 차원의 위반 책임이 임직원 개인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행정 제재뿐 아니라 형사 처벌 사례도 늘고 있다. 코인원 상장 비리 사건, 시세조종 관련 판결 등은 업계 종사자들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법적 리스크가 크게 커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규제 기준의 불명확성’과 ‘사후 책임 확대’가 결합될 경우,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임직원 제재의 범위와 절차, 방어권 보장 문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가상자산 규제 체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FIU 제재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 명확성과 책임 범위 설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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