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이란 연계 암호화폐 자산 약 1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507억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금 은닉 수단’으로 여겨지던 암호화폐가 제재 회피 통로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조치로 해석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무슨 연구소에서 열린 레이건 국립경제포럼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미국이 이란 관련 암호화폐 지갑을 ‘직접 잡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암호화폐 약 10억달러를 압수했다”며 “일부는 지금도 입력 중이지만, 지갑이 이미 빼앗겼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개 수치는 앞선 발표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 당국은 지난 4월에도 이란과 연관된 암호화폐 자산 약 5억달러를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는 트론(TRX) 블록체인에서 테더(USDT) 3억4400만달러 동결 사례도 포함됐다. 불과 몇 주 만에 압수 규모가 두 배 수준으로 커지면서, 미국의 추적·차단 작업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오퍼레이션 이코노믹 퓨리(Operation Economic Fury)’의 일환이다. 이 작전은 지난 3월 시작됐으며, 암호화폐 지갑뿐 아니라 은행 계좌와 해외 부동산까지 이란의 자산 전반을 겨냥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의 자금 흐름을 차단해 테헤란의 정부 운영과 우회 금융 조달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이 제재 이전에는 매달 4억달러에서 5억달러 수준의 수익을 올렸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압박 이후 재정 여력이 크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또 이란 내 물가상승률이 200%를 넘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군과 공공 프로그램 일부가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암호화폐의 익명성에 대한 인식을 다시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록체인 거래가 완전히 숨겨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와 규제당국의 추적 기술도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경 없는 자금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제재 대상 자산을 찾아내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란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과 연계한 비트코인 기반 해상보험 같은 새로운 암호화폐 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제재 회피와 대체 수익원 확보를 동시에 노리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이번 압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암호화폐 영역까지 본격적으로 확장됐다는 신호다. 동시에 ‘암호화폐는 추적이 어렵다’는 오래된 인식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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