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LG유플러스의 5세대 이동통신, 이른바 5지 광고가 실제 서비스 수준을 넘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었다고 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28억5천만원 과징금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3부는 LG유플러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4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통신사들이 5지 상용화 초기에 앞다퉈 성능 경쟁을 벌이던 시기의 광고 표현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둘러싼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위 의결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어, 불복 사건은 서울고법과 대법원 판단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문제가 된 광고는 2017년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 실린 내용이다. LG유플러스는 자사 5지 속도가 20Gbps, 즉 초당 20기가비트 수준으로 구현되는 것처럼 알리고, 엘티이보다 20배 빠르다는 취지로 홍보했다. 또 경쟁사보다 빠르다는 비교 광고도 내보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2023년 7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과장·비교 광고라고 보고 28억5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LG유플러스는 20Gbps가 실제 이용 환경에서 늘 나오는 속도가 아니라 이론상 최대속도이며, 성능이 점진적으로 구현된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보통의 소비자가 이를 곧바로 실제 속도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기지국과 휴대전화 단말기 등 관련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2.5GB 대용량 파일을 단 1초 만에 보낼 수 있다”, “8K 초고해상도 영상을 끊김 없이 볼 수 있다”는 식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미 실현된 성능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봤다. 법원은 20Gbps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이상적 조건을 전제로 한 최고 속도일 뿐이며, 이를 근거로 5지가 엘티이보다 20배 빠르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쟁사보다 빠르다는 광고에 대해서도 법원은 엄격하게 봤다.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LG유플러스의 5지 속도가 가장 느렸던 점, 자사에 유리한 단말기로 측정한 결과만 골라 광고에 활용한 점 등을 근거로 기만적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데이터 속도는 일반 소비자가 직접 검증하기 어렵고, 당시 5지는 막 확산되던 신기술이어서 소비자들이 체감 성능을 충분히 알기 어려웠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런 광고가 소비자의 합리적인 통신서비스 선택을 방해하고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첨단 기술이나 신서비스를 앞세운 광고일수록 이론상 수치와 실제 체감 성능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사례로 읽힌다. 법원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지나치게 높게 매겼다는 LG유플러스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통신, 플랫폼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산업 전반에서 기업들이 성능 우위를 홍보할 때 검증 가능한 근거와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표현을 더 엄격하게 요구받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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