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센터의 반복 행정 업무를 인공지능으로 넘기고, 현장 인력은 구직 상담과 일자리 연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국가 고용서비스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실업급여 지급 창구에 머물렀던 고용센터 기능을, 노동시장 이동이 잦아진 시대에 맞는 맞춤형 취업 지원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용서비스 혁신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런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주최하고 고용노동부가 후원했으며, 국가 고용서비스 개편 방향을 공유하고 전문가 의견을 모아 정책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가 고용서비스 개편을 공식 의제로 올린 것은, 산업구조 변화와 인공지능 확산으로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전통적인 고용 경로가 약해지고, 이직과 재취업, 직무 전환이 더 잦아지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고용센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는 현장 인력이 상담보다 행정 처리에 과도하게 묶여 있다는 점이 꼽힌다. 고용센터 이용자는 해마다 200만명에 이르지만, 상담원 1명당 하루 70건이 넘는 실업인정 업무와 각종 급여·수당 산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사람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본래 기능은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업인정은 구직급여 수급자가 실제로 구직 활동을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인데, 이런 반복 업무가 누적되면서 대면 상담의 질과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이날 ‘국가 고용서비스 제공 혁신방안’을 발표한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급여 지급 같은 정형화된 행정 업무는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화하고, 사람의 도움이 더 필요한 구직자에게는 대면 서비스를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행정 업무 조직과 서비스 업무 조직을 분리해 현장 조직이 상담과 취업 지원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직자 프로파일링(구직자의 경력, 역량, 희망 직무 등을 분석하는 과정), 맞춤형 고용서비스 추천, ‘나만의 인공지능 고용센터’ 같은 디지털 서비스 도입도 제시했다. 직원 운영 측면에서는 적성과 목표에 맞는 업무 배치와 교육 강화를 통해 조직 활력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앞으로 고용서비스를 행정 중심에서 상담 중심으로 전환하고, ‘졸업에서 퇴직까지, 평생 토털케어’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학교를 마친 청년의 첫 취업부터 이직, 재교육, 경력 전환, 퇴직 이후 재취업 지원까지 생애 전반의 일자리 이동을 끊김 없이 돕겠다는 구상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고용센터가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행정 창구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자리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장도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고용서비스 체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고용센터의 역할을 단순 급여 집행 기관에서 경력 전환 지원 기관으로 넓히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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