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 심의에 들어가면서, 국고채전문딜러사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이뤄진 딜러사들 사이의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볼 수 있는지, 또 과징금을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지에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8월 19일과 20일, 26일 세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증권사 10곳과 은행 5곳의 의견을 들은 뒤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전 의견 청취 절차 등을 고려할 때 일정이 1주일가량 밀릴 가능성도 거론한다. 공정위는 최근 각 국고채전문딜러사에 자료제출요청을 보내 영업수익, 비경쟁수익, 금융지원 관련 수치 등을 7월 31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고채전문딜러는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도록 돕는 핵심 금융회사다. 이들은 국고채 발행 때 우선적으로 인수에 참여할 수 있는 대신, 유통시장에서 상시적으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는다. 이 제도는 1999년 도입됐고,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동시에 국내 채권시장을 키우는 기반으로 자리잡아 왔다. 이런 구조 때문에 이번 제재가 단순히 개별 회사의 법 위반 여부를 넘어 국채 발행 체계 전반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공정위는 15개 딜러사가 입찰 전에 금리, 가격, 물량 관련 정보를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고, 이를 이른바 정보교환 담합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딜러사들은 국고채는 일반 상품과 달리 유통시장에서 이미 실시간 가격이 형성돼 있고, 입찰 금리 역시 시장금리와 각종 경제 지표를 반영해 정해지는 만큼 일부 정보 교환만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렵다고 맞선다. 업계에서는 이를 부당이익을 위한 짜맞추기라기보다 시장 흐름을 읽기 위한 통상적 소통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다른 쟁점은 과징금 산정 기준이다. 공정위는 입찰 사건의 경우 관련 매출액을 계약금액으로 보는 규정에 따라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과징금 규모가 8조원에서 1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딜러사들은 채권 거래는 큰 금액을 굴리더라도 실제 수익은 금리 차이 몇 베이시스포인트(1bp는 0.01%포인트) 수준에 그치는 사업이라며, 낙찰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바꾸는 것도 쉽지는 않다. 보유 기간, 운용 방식, 회계 반영 방식에 따라 회사별 수익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공정위는 영업수익 기준 검토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제재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국고채전문딜러들의 입찰 참여 의욕과 인수 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고채전문딜러는 자격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입찰·인수 실적을 채워야 하는데, 과징금 부담이 커지면 이런 역할 수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실제 판단에서는 업계 우려보다 담합 성립 여부와 경쟁 제한성이 우선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도 국채 입찰 관련 정보교환 의혹이 장기간 소송으로 이어졌지만, 2022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과 2024년 2월 1일 미 제2연방항소법원은 이를 반경쟁적 합의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내 역시 전원회의가 예정대로 열리면 이르면 이달 중 결론이 나올 수 있지만, 쟁점이 복잡한 만큼 판단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고채 시장에서 허용되는 정보 교류 범위와 국채 발행 제도의 운영 방식에 적지 않은 기준을 남길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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