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음악이라도 사람이 작사·작곡·편곡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면 저작물로 등록할 수 있는 제도가 국내에서 처음 시행됐다. 창작 현장에서 인공지능이 빠르게 보조 도구로 자리 잡는 상황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되, 인간 창작자의 권리는 분명히 가려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인공지능 활용 음악 저작물의 신고·등록 기준을 새로 마련해 8월 3일부터 시행했고, 이 사실을 4일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7차 이사회에서는 관련 규정과 약관 개정안이 의결됐다. 새 기준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창작 보조도구로 쓴 경우와, 인공지능이 사실상 전부를 만들어낸 경우를 구분하는 데 있다. 협회는 창작자가 직접 창작 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음악은 등록을 허용하지만, 단순히 문장형 명령어인 프롬프트만 입력해 인공지능이 전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앞으로 등록 신청자는 인공지능을 어디에, 어떤 도구로,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와 자신이 실제로 수행한 창작 내용을 직접 신고하고 그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보증해야 한다. 협회는 등록 단계에서만 끝내지 않고, 등록 뒤에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기술적 점검, 내부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음저협 등록은 저작권 관리 업무를 위한 내부 절차에 가깝다. 등록 사실만으로 저작권법상 보호 여부나 최종 권리관계가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후 내부 심의를 거쳐 저작권료 지급 여부 등이 결정된다.
그동안 협회는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등록을 미뤄왔다. 하지만 음악 제작 현장에서 인공지능 사용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관리 기준을 세워 제도권 안에서 다루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힘을 얻었다. 협회는 태스크포스팀 운영, 위원회 논의, 법률 자문, 해외 사례 조사, 기술 검증 방안 검토를 거쳐 새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은 이시하 회장이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인공지능 시대의 음악 저작권 관리체계를 구체화한 조치이기도 하다. 협회는 인간의 창작 기여가 있는 작업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순수 인공지능 산출물과는 선을 그어 창작 생태계의 기본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위 신고나 편법 등록에 대해서는 제재도 강화된다. 협회는 인간의 실질적이고 주도적인 창작 기여 없이 100퍼센트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결과물이 뒤늦게 등록된 것으로 확인되면 저작권료 지급을 보류하고, 이미 받은 돈은 반환하도록 하며, 신탁 계약 해지까지 가능하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부당 수령액의 3배 이내에서 위약벌을 청구할 수 있도록 약관 개정도 추진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음악 산업 전반에서 인공지능 활용 기준을 더 세분화하고, 인간 창작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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