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주비 대출과 임대주택 비율 등 정비사업 규제를 손질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서울시는 7일 오세훈 시장이 지난 5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만나 ‘재개발·재건축 주택공급 부족 원인진단 및 대책’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의 공급 부족 원인을 정리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의 공급 공백이 단순히 수요가 갑자기 늘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과거 정비구역 해제와 신규 지정 억제, 여기에 최근 금융·거래 규제가 겹치며 누적된 구조적 결과라고 진단했다.
서울시 설명을 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의 주택정책 중심이 재개발·재건축 같은 전면 정비에서 도시재생으로 옮겨가면서 공급 기반이 크게 약해졌다. 이 기간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돼 약 43만호의 잠재 공급 물량이 사라졌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주택재개발 신규 지정은 한 건도 없었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평균 3.5년, 착공까지는 10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정책 변화가 몇 년 시차를 두고 최근 착공과 준공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 서울시 판단이다. 실제로 정비사업 착공 물량은 2016∼2020년 연평균 2만9천호에서 2021∼2025년 1만5천호로 48.3% 줄었다.
서울시는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각종 제도와 시장 환경 변화도 함께 지목했다. 일률적인 35층 높이 제한, 역사·문화 흔적 보존 절차,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 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같은 규제가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공사비 급등도 부담을 키웠다. 정비사업 공사비는 3.3㎡당 2021년 519만원에서 2025년 808만원으로 올랐고, 최근 2년 동안 공사비 갈등이 발생한 사업장은 26곳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가용부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대규모 주택 공급을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단은 민간 정비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3년간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을 민간이 맡았고, 아파트 공급의 63%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근거로 제시했다.
서울시가 정부에 건의한 법령 개정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을 재건축 수준으로 조정하고,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연면적 비율)을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높여 사업성을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비율을 40%로 맞추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더하면 현재 수준의 임대주택 물량을 유지하면서도 일반분양과 전체 순증 물량을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서울 전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묶인 조합원 지위 양도를 3년 동안 한시 허용해 사업 참여 의지가 낮은 조합원이 빠져나갈 통로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주비 대출은 일반 가계대출이 아니라 주택 공급을 위한 필수 사업비 성격이 강하다며 담보인정비율(LTV)을 40%에서 70%로 되돌리는 방안도 건의했다. 아울러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은 현재 75%에서 70%로 낮춰 초기 단계 지연을 줄이자고 제시했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도 사업 기간 단축에 나설 계획이다. 단계별 행정 처리 기한을 정하는 표준처리기한제를 도입하고, 인허가 절차의 사전·병행 처리를 확대해 전체 사업 기간을 종전 21년에서 12년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8년까지 착공 가능한 85곳, 8만5천호를 ‘핵심공급전략사업’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 목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번 건의는 정비사업을 단순한 노후 주거지 정비가 아니라 도심 내 실제 공급을 늘리는 핵심 수단으로 다시 보겠다는 뜻에 가깝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정부가 금융 규제와 정비사업 제도를 얼마나 풀어주느냐에 따라 서울의 중장기 주택 공급 속도와 시장 안정 방향을 가르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