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파네타(Fabio Panetta) 이탈리아은행 총재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금융, 지정학적 분절이 물가와 금리의 전달 경로를 바꾸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네타 총재는 7월 7일 로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제도(ESCB) 연구 네트워크 ChaMP 폐막 콘퍼런스에서 세계 경제가 ‘대재편’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은행이 공개한 연설문에서 그는 지정학적 긴장과 무역 분절, 기술 변화가 일시적 충격을 넘어 가계와 기업, 정책 당국이 처한 환경을 지속해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경제는 2025년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 불확실성 확대에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4% 성장했다. 순수출 감소분은 내수가 상쇄했다. 고용은 소비를 뒷받침했고 방위 지출과 디지털·녹색 전환 투자는 자본 형성을 떠받쳤다.
파네타 총재는 이 같은 성장세를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가계의 저축 성향은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산업생산은 2025년 하반기 정체됐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는 독일과 이탈리아 등 제조업 중심 국가에 부담을 줬다.
페르시아만 전쟁 이후에는 비용 압력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했다. 소비자 신뢰와 서비스업의 향후 활동 기대는 약해졌고 은행권의 대출 기준은 엄격해졌다. 채권 금리와 국채 스프레드도 오르면서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에서 비롯된 물가 압력, 신뢰 약화와 수요 둔화가 동시에 나타났다.
파네타 총재는 에너지 충격을 단순한 일시적 공급 충격으로 넘겨서도, 2022년 에너지 가격 급등 때와 똑같이 대응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당시보다 수요가 약하고 실질금리가 높다. 이번 충격은 가스보다 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으며, 유로존은 액화천연가스 수입 능력 확대와 재생에너지 비중 상승으로 에너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일부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회는 6월 예금금리를 25bp 인상했다. 유로시스템은 2026년 물가상승률이 3.0%로 오르고 2027년 하반기 목표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이어지는 상황도 물가의 상방 위험으로 제시됐다.
파네타 총재는 AI가 기업의 비용과 수요 파악을 앞당겨 가격 조정 빈도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금융은 예금자가 금리를 비교하고 자금을 옮기는 비용을 낮춰 정책금리 변화가 예금금리에 반영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고령화와 지정학적 분절은 소비와 투자의 금리 민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같은 폭의 금리 조정이라도 금융 시스템의 구조와 인구 연령대, 디지털화 수준, 지정학적 환경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네타 총재는 중앙은행이 기본 전망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생산성, 금융 여건, 기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대안 시나리오와 민감도 분석을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되 이를 달성해야 할 경제 환경의 변화를 분석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검증 출처: 이탈리아은행 연설문, 이탈리아은행 행사 안내, Energia Oltre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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