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억8000만원 절감 추정…SEC 반기보고 선택안 논란

| 이준한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사의 정기 공시를 분기 3회에서 반기 1회로 줄일 수 있는 선택형 제안을 내놨다. 기업의 공시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실적 악화나 유동성 위험을 확인하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SEC는 2026년 5월 5일 상장사가 분기보고서인 Form 10-Q 대신 새 반기보고서 Form 10-S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개정안을 제안했다. 대상은 증권거래법상 보고 의무가 있는 공시회사다.

제안이 채택되면 기업은 한 회계연도에 분기보고서 3건과 연차보고서 1건을 내는 대신 반기보고서 1건과 연차보고서 1건을 제출할 수 있다. 반기보고는 의무가 아니라 기업이 선택하는 방식이며 기존 분기보고를 유지할 수도 있다.

Form 10-Q는 미국 상장사가 분기 실적과 재무정보를 공시할 때 제출하는 보고서다. 새로 제안된 Form 10-S는 회계연도 전반기의 재무정보를 담는 반기보고서이며, Form 10-K는 연간 실적과 재무상태를 담는 연차보고서다.

폴 앳킨스(Paul S. Atkins)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공시회사는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지만, SEC 규정의 경직성이 기업과 투자자가 자신에게 맞는 중간보고 빈도를 정하는 것을 막아왔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업 특성과 투자자 수요에 맞게 공시 주기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SEC 경제분석에 따르면, 분기보고서 3건의 연간 직접 준수비용은 33만 달러(약 4억6700만원), Form 10-S 1건의 비용은 13만2000달러(약 1억8700만원)로 추정됐다. 반기보고로 전환하는 기업은 연간 19만8000달러(약 2억8000만원)를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EC는 이 같은 비용 절감 효과가 소규모 기업이나 초기 단계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봤다. 공시 작성과 검토에 드는 고정비 부담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무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기보고 체계에서는 첫 분기와 세 번째 분기의 정기 재무제표가 사라진다. 수요 감소나 계약 상실, 유동성 악화, 부채 부담 같은 변화가 발생해도 공식 재무제표로 확인되는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공시 주기가 길어지면 기업별 정보량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일부 기업은 반기보고를 선택한 뒤에도 실적 발표나 콘퍼런스콜을 이어갈 수 있지만, 다른 기업은 정기 공시 외에 별도 정보를 내놓지 않을 수 있어 비교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SEC는 반기보고를 선택하는 기업을 ‘반기 보고기업’,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기업을 ‘분기 보고기업’, 반기보고와 자발적 분기 공시를 병행하는 기업을 ‘혼합 보고기업’으로 구분했다. 투자자 기대나 대출계약 조항, 다른 규제 요건 때문에 기존 분기보고를 유지하는 기업도 있을 것으로 봤다.

기관투자자협의회(Council of Institutional Investors·CII)는 2026년 6월 25일 SEC에 보낸 서한에서 반기보고 전환에 반대했다. CII는 분기보고가 투자 판단과 시장 효율성, 기업 책임성,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지탱하는 장치라고 주장했다.

CFA 인스티튜트(CFA Institute)는 투자분석가와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2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분기보고를 반기보고로 대체하는 데 반대했다고 밝혔다. 63%는 분기보고의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2%는 반기보고가 도입되더라도 기업의 자발적인 분기보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이 분기보고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32%에 그쳤다.

이번 제안은 디지털자산 전용 규정이 아니라 미국 공시회사 전반에 적용되는 제도다. 다만 코인베이스(Coinbase·$COIN)처럼 미국 증시에 상장된 크립토 기업이 반기보고를 선택하면 투자자가 실적과 보유 자산, 위험 요인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주기도 달라질 수 있다.

SEC는 2026년 7월 6일까지 의견을 받았다. 2026년 8월 10일 현재 이 안은 제안 단계로, 최종 채택 여부와 실제 적용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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