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스크래핑 제한에 따른 비대면 금융 업무 차질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 시행 방안을 검토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처럼 행정 서류 확인이 필요한 서비스가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금융사와 유관기관이 참석한 스크래핑 제한 관련 금융권 점검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비대면 업무에 미칠 영향과 금융사별 보안 체계, 내부통제 현황을 살폈다.
스크래핑은 인터넷 화면에 표시된 증명서나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은 소비자가 행정 서류를 따로 발급해 제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비대면 거래에 이 기술을 활용해 왔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커지면서 스크래핑 활용 절차는 제한될 예정이다. 앞으로는 사전 협의를 거쳐야 관련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미성년 자녀 통장 개설, 상속인 조회 과정에서 스크래핑을 이용해 왔다.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 시스템에서 가족관계 확인에 필요한 증빙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은 행정기관과 대법원 정보 확인을 위한 스크래핑이 제한되면 비대면 업무 전반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가 직접 증명서를 발급해 금융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도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주택자와 신혼부부 등이 신청하는 저금리 정책 주택금융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서류 확인 절차가 길어지면 지원이 지연되는 등 신청 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입장이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상품이다. 서류 제출과 본인 확인, 심사 과정이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만큼 행정정보 확인 수단이 서비스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은행권에서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가계대출 관리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본지는 앞서 하나은행이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사례를 보도했다.
이번 논의는 대출 총량 관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금융회사의 영업 판단이 아니라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뒷받침해 온 서류 확인 인프라의 변경에 대응하는 문제다.
API는 기관끼리 정해진 규격에 따라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이용자의 인증정보를 직접 수집해 화면 정보를 가져오는 스크래핑과 달리 필요한 정보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전달할 수 있다.
금융위는 2022년 1월 4일 발표한 금융 마이데이터 전면 시행 보도자료에서 스크래핑을 금지하고 API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보안 취약점 점검과 민감정보 별도 동의 절차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제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공 마이데이터 연계 등 대체 수단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된 만큼 준비 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스크래핑 제한으로 국민의 불편과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금융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의해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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