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Amazon·$AMZN)이 소비자 분쟁을 법원 소송이 아니라 개별 중재로 처리하고 집단소송 참여를 제한하는 약관을 다시 도입했다. 2021년 비슷한 중재 조항을 뺀 뒤 5년 만에 되돌린 조치다.
아마존은 한국시간 15일 고객에게 약관 변경 안내 이메일을 보냈고, 분쟁 해결 방식에 ‘구속력 있는 중재’와 ‘집단소송 포기’ 조항을 넣었다고 더버지(The Verge)는 전했다. 아마존은 이를 빠르고 효율적인 분쟁 해결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새 조항은 대부분의 소비자가 판사나 배심원 앞에서 판단을 받는 길을 좁힌다.
아마존의 공식 이용조건은 아마존 서비스 이용이나 아마존 또는 Amazon.com을 통해 판매·유통된 상품·서비스와 관련한 분쟁을 법원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중재로 해결한다고 적고 있다. 같은 문구는 중재 절차가 개별 기준으로만 진행되며 집단·병합·대표 소송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소액재판 예외는 남았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일부 청구는 소액재판 법원에서 다툴 수 있다. 다만 일반 소비자 분쟁의 기본 경로는 법원 소송보다 개별 중재 쪽으로 기울어진 구조다.
중재는 법원 재판 대신 민간 절차에서 분쟁을 판단받는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별 피해액이 작을수록 절차 비용과 시간이 부담이 된다. 집단소송은 같은 유형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함께 책임을 묻는 장치다.
이번 약관 변경의 핵심은 새 법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공동 대응 통로를 약관 단계에서 줄였다는 데 있다. 개별 피해 규모가 작고 피해 유형이 반복되는 플랫폼 분쟁에서는 집단소송 가능성이 소비자 측 협상력으로 작용해 왔다.
아마존이 이런 조항을 처음 쓴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2021년 비슷한 중재 조항을 약관에서 뺐다. 당시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는 에코(Echo) 이용자들이 7만5000건 넘는 개별 중재 청구를 제기했고, 아마존이 중재 신청 수수료 부담에 노출됐다고 보도했다.
중재 조항은 원래 집단소송을 막는 장치로 쓰였지만, 같은 유형의 청구가 대량으로 제기되면 비용 구조가 회사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2021년의 변경은 이런 대량 중재가 기업에 역풍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됐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2022년 분석에서 아마존이 2018년 이용조건에는 구속력 있는 개별 중재 조항을 두고 있었지만, 이후 해당 조항을 삭제하고 워싱턴주 킹카운티 주·연방법원을 분쟁 관할로 정한 조항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이번 약관은 소비자 이용조건 차원에서 중재 조항을 다시 확인한 사례다.
법률 분석의 초점도 ‘소송 차단’ 하나에만 머물지 않는다. 컬럼비아 로스쿨 블로그는 기업들이 집단소송 포기 조항을 넣은 뒤에도 대량 중재의 파일링 비용과 행정 부담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는 집단소송 리스크를 줄이는 장치이지만, 대량 중재가 발생하면 비용 관리 문제가 다시 생긴다는 뜻이다.
소비자 측의 손익은 다르게 나타난다. 개별 중재는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같은 피해를 입은 다수가 함께 다투기 어렵다. 피해액이 작을수록 소비자가 혼자 절차를 밟을 유인이 줄어드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다만 조항의 효력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와 변호인단은 여전히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법원은 약관 조항과 사건 성격을 따져 소송 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약관 문구가 강하더라도 실제 사건에서는 적용 범위와 절차적 공정성이 다퉈질 수 있다.
이번 사안은 크립토나 반도체 산업과 직접 연결되는 소재는 아니다. 다만 플랫폼 기업이 이용조건을 통해 분쟁 해결 방식을 설계한다는 점에서는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 적용되는 소비자 권리 문제로 이어진다.
아마존의 새 이용조건에는 집단·병합·대표 소송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소액재판 예외가 함께 남아 있다. 앞으로 실제 분쟁에서 이 조항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질지는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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